부자 감세 법안 수두룩…헌법까지 '위협'
경실련 "재벌·대기업 중심 정책…양극화만 심화"
참여연대 "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실패"
입력 : 2024-05-23 18:22:05 수정 : 2024-05-23 22:30:45
[뉴스토마토 윤영혜·윤지혜 기자]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에는 좋은 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부자 감세' 법안을 비롯해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권'과 '인권'을 위협하는 법안들도 쏟아졌습니다.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와 함께 나쁜 법 8개를 추려봤습니다. 
 
'부의 대물림' 초래부자 감세 4법
 
21대 국회 최악의 법안으로 먼저 '부자 감세 4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의 기준을 연매출액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조정하고, 가업상속공제 금액의 최대 한도를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승계받은 기업과 창업한 기업과의 형평성을 저해해 부의 대물림을 초래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 한도가 너무 높아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신동근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은 8800만원 이하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하고,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의 과세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가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하위 구간 과표를 조정하더라도 고소득자의 감세 폭이 더 커집니다. 특히 소득세 개편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연봉 1억원 안팎으로 나타났습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안'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공제하는 금액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는데요. 다주택자에게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향후 5년간 5조7000억원의 세수 감소도 예측됩니다. 
 
류성걸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구간별로 현행 대비 1%포인트씩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법인들이 납부하는 법인세가 법인세액에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세수감소 효과가 상당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성장 잠재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큽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은 부자 감세 4법에 대해 "조세는 세수 확충도 큰 역할을 하지만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는데 여야 모두 재벌과 대기업 중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양극화만 더 심화시켜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까지…헌법 위 '법'
 
21대 국회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담긴 법안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확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2년 7월 21일에는 시설물·인쇄물 이용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제한, 어깨띠·옷 등 표시물 이용 선거운동 제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거기간 중 집회·모임 제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은 이에 대한 후속조치였는데요. 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기간과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선거일 전 '120일'로 단축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 집회나 모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제103조 제3항의 '그밖의 집회나 모임' 부분이 단순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참가 인원 30명의 상한선만 추가한 채 그대로 부활시켜 법의 위헌성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면서 비대해진 경찰권 통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경찰의 형사책임 기피법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 4인이 발의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안'은 경찰이 살인 등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진압 또는 범인을 검거할 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는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과 철저한 교육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만큼 물리력 행사가 남용될 경우 오히려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 등 5인이 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은 전면개정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제도 도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가경찰의 조직과 권한이 사실상 그대로 유지돼 경찰권한의 분산과 견제 달성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 등 2인이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은 국정원 개혁 후퇴법으로 불립니다. 지난 2019년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광범위하게 민간인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간사찰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불법 감청 및 불법 위치추적 등의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처벌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대공수사권 폐지는 일정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대신 조사권을 부여했는데요. 사실상 수사행위가 가능하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개혁법안을 처리했다는 명분은 있을지 모르지만 권력기관 권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정원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윤지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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