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21대 국회…헌정사 '최악'
53년 만에 반쪽 개원…법안 처리율도 최저
도덕성·신뢰도 처참…검찰보다 국회 더 불신
입력 : 2024-05-23 16:21:46 수정 : 2024-05-23 18:28:4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오는 29일 문을 닫는 21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지난 4년간 '최악', '오명' 등 부정적인 단어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무기로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국민의힘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하면서 21대 국회는 의회정치와 정당 리더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는 입법 생산성 측면에서도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됐습니다. 정치인들조차 21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꼽을 만큼, 지난 4년은 극한의 여야 대결과 정치 실종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둔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기록을 숫자로 짚어봤습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53·48
 
21대 국회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개원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개원을 위한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단독 개원'을 한 것입니다. 여당 단독으로 개원한 사례는 21대 국회가 역대 두 번째로,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입니다.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 개원식은 임기 시작 48일 만에 열리면서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가장 늦은 개원, 즉 역대 '최장 지각' 기록도 세웠습니다.
 
②36
 
지난 4년간의 성적표도 처참합니다. 저조한 법안 처리율은 21대 국회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단면인데요. 개원 후 임기 종료를 6일 앞둔 23일 현재 기준 법안 처리율은 36.59%에 그치면서 역대 최악이라던 20대 국회 실적(37.86%)을 밑돌았습니다. 발의된 법률안 2만5839건 중 1만6385건이 곧 폐기될 운명입니다. 16대 국회 당시 10건 중 7건에 육박(69.84%)하던 임기 내 법안 처리율은 20년간 꾸준히 추락해 10건 중 3건 수준에 그쳤습니다.
 
③첫·첫·첫
 
21대 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첫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첫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세웠습니다. 실제 국회는 지난해 2월8일 민주당 주도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재석 293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했습니다. 범야권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탄핵 사유로 명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을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해 9월21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재석 295명 중 찬성 175표, 반대 116표)됐습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등 윤석열정부의 국정 운영 책임을 묻겠다며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9월21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되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가 구속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④88
 
21대 국회는 도덕성도 낙제점이었습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21대 전·현직 국회의원 중 88명(현직 77명·전직 11명)이 109개 사건에 연루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습니다. 전·현직 의원 88명이 연관된 사건 중 종결된 사건은 58건, 수사 중인 사건은 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35건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10건은 수사 상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4건에 연루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습니다.
 
⑤24.7
 
21대 국회는 국민 신뢰도 역시 처참할 정도입니다.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추락했는데요.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4.7%로, 조사대상 7개 국가기관 중 단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6위인 검찰(44.5%)보다도 약 20%포인트 낮은 수치로, 검찰 조직보다 국회의원이 신뢰도가 낮았습니다. 우리 국민 4명 중 1명만 국회를 믿는다는 것인데, 정쟁이 만연하고 여야 대치가 일상화되면서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치인들조차 21대 국회를 '최악'이라고 꼽은 가운데, 윤재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의 마지막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1대 국회는 실패한 국회"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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