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무치게 그립습니다"…정치권, 봉하마을 '총집결'
이재명, '노무현 정신' 강조하며 '당원 중심 대중정당' 제시
황우여·추경호, 추도식 끝난 뒤 문재인 첫 방문
입력 : 2024-05-23 22:15:28 수정 : 2024-05-23 22:30:27
[김해=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도 추모 열기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땡볕 아래에서 5000명(노무현재단 추산) 넘는 시민은 기꺼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은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이뤄졌습니다.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서 배우 명계남씨가 추도사를 읽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빈 자리는 큰 모습이었습니다. 여야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는데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이날 추도식 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허은하 개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한 범야권 인사와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동참했습니다.
 
이번 추도식의 슬로건은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입니다'였는데요.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 초청받았을 때 했던 연설의 한 구절입니다. 그는 "역사는 여러분에게 묻는다.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의 추도사로 시작했습니다. 송 신부는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던 당신의 손녀는 어엿한 청년이 됐고, 손수 심은 나무는 무성한 그늘을 만들어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건 잊히기 마련인데 세월이 가도록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고 운을 뗐습니다.
 
송 신부는 "그리운 만큼이나 부끄럽다"며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멀고, 독단·독선·오만으로 정치는 실종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당신이 남긴 '우공이산'이란 말처럼 느리지만 진득이 걸어가겠다. 다시 당신 앞에 서는 날 떳떳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추도식에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초대 '대표일꾼'인 배우 명계남씨가 추도사를 읽자, 곳곳에선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요. 대학 동기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남성(23세·서울 동대문구)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오늘날 수많은 정치인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사익을 도모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친근하고, 권위 없고, 솔직한 모습에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게 됐다. 1번쯤은 꼭 와봐야 한다는 생각에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장에 나타나자 곳곳에선 환호성과 함께 '이재명 파이팅'이란 구호가 터져 나왔는데요. 이 대표는 헌화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200만 당원과 국민의 힘으로, 어렵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짚었습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정신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라는 여당의 지적에 "원만한 합의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언제나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사회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마지막 순간엔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지향하는 바에 따라 다수 의견에 따른 의사결정 해나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는 추도식이 끝난 뒤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퇴임 뒤 국민의힘 대표나 원내대표가 그를 찾아간 것은 처음입니다.
 
김해=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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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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