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방식 '전면개편'?…더 큰 논쟁만 야기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 언급한 이정식 장관
단기적 합의조차 어려워질 것…우려 팽배
"현재 시스템 유지하되, 보강 방안 찾아야"
업종별은 별도 기구 논의해야…일본식은 '반대'
입력 : 2024-05-27 18:11:22 수정 : 2024-05-27 18:11:2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첫 회의부터 노사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두 번째 심의의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특수형태근로(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어 날선 2차전을 예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사 간 충돌·공방만 거듭하는 소모적 논쟁보단 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방식을 개편하자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단기적 합의조차 해법을 보지 못하고 더 큰 논쟁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합니다.
 
특히 현재 시스템을 유지, 보강하되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별도 기구를 통한 '논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전국 단위 최저임금 기준 없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정하는 일본 방식보단 연방이 전국 단위 최저임금을 정하고 주정부별로 더 올리는 구조의 미국 방식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가 노동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결정 구조·방식에 대해 문의한 결과, 현 최임위 전원회의의 시스템을 바꾸기보단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많았습니다.
 
최저임금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4월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최저임금 공동투쟁기구 발족 및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본까지 와있어…업종 차등은 타당성 의문
 
안종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다. 일본은 지역에서 결정하는데 현지 상황이 반영하는 조건들이 있는 것"이라며 "지역별, 산업섹터별로 정하는 최저임금을 부각시킬 뿐, 현실적으로 얼마나 타당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방식 전면 개편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얘기"라며 "양측은 자기주장, 자기 논리에 기반한 논쟁만 벌이다 끝내는 것 같아도 지금의 최저임금 논의는 물적 기반인 1만원까지 이뤄지지 않았으나 생산적으로 논의를 더 이끌어갈 수 있는 기본까지는 와 있다는 평이다. 이제부턴 합리적인 선의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안 교수는 "객관적인 거시 경제, 전망 인덱스(Index) 등의 예측지표와 물가 전망의 양축을 놓고 지표를 산출한 방식으로 정확히 세팅, 그 위에서 협상을 진행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며 "싸움만 하는 것 같아도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구비하자는 의미가 커지고 있다. 선순환적인 사회적 신뢰의 메커니즘이 관건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 미 캘리포니아를 갔을 당시 최저임금이 15달러였다. 맥도널드 구인광고에는 시간당 18달러 이상을 써놨었다"며 "그런 식으로 최저임금과 시장임금 사이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한다. 우리는 최저임금 정해지면 중소계의 임금이 최저임금으로 굳어지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역이나 업종으로 가려면 최저임금 기준이 정해지고 지역이나 산업별로 1만1000원, 1만2000원을 주는 구분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업종 구분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 중소 등 기업규모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더 나은 조건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식의 업종별 전략이 만들어져야 가능하지 지금 논의에서 어려운 부분은 모든 업종이 인건비 경쟁으로 하고 있어 어렵다고 본다"고 조언했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가 노동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결정 구조·방식에 대해 문의한 결과, 현 최임위 전원회의의 시스템을 바꾸기 보단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사진=뉴시스)
 
일본 방식 '반대'…미국식 모델 '찬성'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누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해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 시스템을 대처할 만한, 또 만족할 만한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불만스러워도 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제대로 꾸려나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유선 이사장은 "(최저임금 결정방식 전면개편으로 인한 시간 소요로) 단기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또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좋게 보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의 국가가 노사정 3자 기구 형식을 택하고 있고 일부가 국회에서 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미국 연방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다. 연방위원회에서는 한 번도 인상을 안 했다"며 "공화당은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 주와 지방 정부는 최저임금 15달러까지 올린 곳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식 모델처럼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을 정하되, 지방정부가 이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판단입니다.
 
그러면서 일본식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의 기준액을 참고해 47개의 지역최저임금심의회가 지역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식입니다.
 
그는 "일본식은 반대"라며 "정부와 재계가 하려는 방식은 일본식으로 보인다. 전국단위 최저임금은 적용하지 않은 업종별 최저임금이라 노동계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국단위가 존중된다는 가정 하에는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무엇보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하기보단 별도 기구를 꾸리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김유선 이사장은 "더욱이 하나의 기구에서 '너는 100원 받고 너는 90원만 받으라' 하고 결정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이라며 "그렇다 보니 별도의 기구를 꾸리는 대안이 있을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업종별 교섭을 얘기하고 있고 영국 같은 경우 업종별 임금위원회를 운영했는데 전국단위 최저임금을 기본 베이스로 하되, 상의하는 차원의 논의 장을 만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의 결정방식부터 전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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