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하나의 중국' 첫 언급…유지가 관건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리창 중국 총리 회담서 발언
입력 : 2024-05-28 16:18:32 수정 : 2024-05-28 18:21:04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양안 문제(兩岸·중국과 대만)와 관련해 지난 26일 리창 중국 정무원 총리와 한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에 대해 취임 이후에 처음으로 직접 발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윤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26~27일) 참석을 위해 방한한 리창 총리와 지난 26일 회담했습니다. 회담 이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리 총리에게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이 같은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중 발표 후 한국 외교부 "그런 취지 발언 있었다"
 
그런데 이는 한국 측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중국 측 발표가 나온 뒤에야 한국 외교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양안 관계에 관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유지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이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이 발언을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le) 견지'라는, 더 강화된 자신들의 표현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이 때문에 중국이 외교결례를 범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 본토와 대만, 홍콩, 마카오는 모두 중국의 영토이며, 이중 중국만이 합법적인 정부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특히 양안 문제는 마오쩌둥 이래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 모두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간주해 온 사안입니다. 현 시진핑 국가주석도 자신의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10월 중국 제20차 당대회에서 양안 문제에 대해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 존중'은 1992년 한·중 수교의 전제 조건이었고, 그 이후 역대 한국 정부도 이를 대중 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왔습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로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에서는 이런 표현들로 균형을 잡습니다.
 
바이든도 "대만 독립 지지 안 해" 천명
 
지난해 6월 악화일로였던 미·중 갈등 돌파구 마련을 위해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방중한 토니 블링컨 장관도 이런 입장 표명으로 물꼬를 텄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자 곧바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배려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이를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인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해 한중 협력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취임 이후 첫 해외 일정도 중국을 '체제적 도전자'로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고, 중국 측은 이에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불용치훼)고 했고, 친강 외교부장도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격하게 대응한 겁니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도 중국을 명시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고 강력 비판했습니다.
 
그 결과, 윤 대통령 집권 2년 동안 시 주석과 만난 것은 정상회담 25분과 3분 환담이 전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미국처럼 발언하고 활용했어야"
 
윤 대통령의 이번 '하나의 중국' 언급에 대해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중국이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한 발언을 해주지 않으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서 처음 언급하게 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도 말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고 현 정부 전체로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도 미국처럼 표현해주고 대신 이를 활용해 비핵화 같은 북한 이슈나 다른 요구를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 발언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내 정치적으로 몰려 있는 윤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목적으로 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이번 발언도 중국 측에서 공개해서 알려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방문 등에서는 다른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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