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보험업계, '실적 확대' 시각차
회계제도 입맛대로 적용 지적
업계 "인위적 실적 조작 없어"
입력 : 2024-06-07 14:04:34 수정 : 2024-06-10 08:23:4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작년 도입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이후 늘어난 보험사들의 실적을 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 이후 실적을 회계에 인식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유리한 계산만 반영했다며 회계제도 손질을 예고 했습니다. 반면 업계는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라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CSM 자의적으로 산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논란은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손해보험사가 50.9%, 생명보험사가 37.6% 급증했습니다.
 
손보사를 위주로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은 올해에도 이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의 순익은 2조969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4% 증가했습니다. 생보사들의 순익은 1조874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8% 감소했지만, IFRS17 제도 하에서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장성 보험 수입보험료는 13조2489억원으로 13.3% 늘었습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부터 개선된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습니다. 보험사들이 실적이 유리하게 산출되도록 해지율과 손해율 등의 계리적 가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는 의혹입니다.
 
IFRS17에는 계리적 가정 산출의 기본 원칙만 있고 나머지는 보험사 자율에 맡깁니다. 계리적 가정 반영 방법에 따라 보험사의 미래 예상 이익을 알려주는 보험계약마진(CSM)도 결정됩니다.
 
이런 점에서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배경은 CSM, 그 중에서도 '상각익'이 핵심이었습니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손해율·해지율·할인율 등 다양한 가정을 통해 산출됩니다. 수년에 걸쳐 이익을 상각하는 과정에서 초기 상각률을 높이고, 후기에 낮추는 방식으로 초기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CSM에 유리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초기 보험료 유입이 높지만 납부 보험료보다 높은 환급이 일시에 일어날 경우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손보사들의 경우도 CSM에 유리한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 장기·보장성 상품, 보장 쪼개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며 과당경쟁 우려를 낳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험사의 단기실적 주의에 대해 경고를 해왔습니다. 단기 실적 주의를 추구하는 보험사의 경영전략을 살펴 보고 필요시 최고경영자(CEO) 제재도 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초기 CSM 상각률이 높으면 현재 이익은 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의 순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미래의 손실을 막기 위해 신계약 CSM을 계속해서 추가해야 하고 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당국이 IFRS17 제도 도입 후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지속되자 합리적이 CSM 산출 방안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내부. (사진=뉴시스)
 
당국, 회계제도 손질 검토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할 당시 "IFRS17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과당경쟁과 단기수익성 상품개발을 유발해 일부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이 단기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 이익만 좇는 출혈 경쟁으로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있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보험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보험사들의 과당 경쟁 제재를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단기 실적에 매몰돼 출혈 경쟁, 불합리한 상품개발 등 과당 경쟁을 부추길 경우 엄중 조치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적 부풀리기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제도 도입 후 낯선 것들이 한꺼번에 많이 일어났다"며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이 나쁜 의도를 가진 게 아니더라도 장·단기 실적 관리에 대한 문제가 내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결산이 나오는 8월까지 제도 개선 방향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CSM에 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고 상각률 등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보험업계는 IFRS17 제도 시행 이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인위적인 조작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재무제표는 독립된 감사인의 엄격한 확인을 거쳐 공개되는 정보"라며 "IFRS17 제도의 준비·시행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해 회계 기준서에 입각한 결산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구축했고, 이 방법론에 따라 최선 추정을 통해 CSM을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재무제표는 IFRS17 도입 후에도 엄격히 확인을 거쳐 공개되는 정보라며 인위적인 실적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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