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경제민주화)4대그룹 자산, GDP의 61%…경제력집중 심화
2021년 대비 3.1%포인트 증가…계열사 규모도 비대해져
경제활성화 명분 규제완화 결과…재벌특혜 시비도
경제력 집중 억제 골자 경제민주화 퇴보
입력 : 2024-06-07 17:23:27 수정 : 2024-06-07 18:03:34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윤석열정부 집권 2년간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대그룹 자산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4대그룹까지 범위를 좁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는 수출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규제완화 및 감세지원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경제력 집중을 가중시키며 재벌특혜로 비화된 대기업 규제완화도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대기업과 재벌 규제완화, 서로 속성 달라”
 
7일 정부 및 재계 등에 따르면 GDP(명목) 대비 50대그룹 공정자산 비율은 지난해 125.8%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17.8%서 8%포인트나 오른 수치입니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50대그룹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10대그룹 역시 82.6%에서 88.7%까지 6.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4대그룹은 57.7%서 60.8%(3.1%포인트 상승), 삼성만 보면 23.3%서 25.3%(2%포인트 상승)가 됐습니다. 
 
계열회사 수를 봐도 기업집단 규모는 비대해졌습니다. 50대그룹은 2021년 2170개에서 2023년 2257개가 됐습니다. 10대그룹도 같은기간 772개에서 845개로 늘어났습니다. 4대그룹은 376개에서 412개가 됐습니다. 계열회사 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재벌 문어발식 경영행태에 기인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들 상위 그룹은 주로 제조업 중심이며 수출 산업 비중이 큽니다. 정부가 수출분야 규제완화 등 지원정책을 확대했던 만큼 이들에게 경제적 쏠림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경제력 집중은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를 역행합니다. 시장경쟁 제한에 따른 자원 배분의 비효율화, 지속가능 생태계의 저해, 양극화 등 경제력 집중에 따른 각종 폐해를 양산합니다.
 
여기에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이 수출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보다 재벌특혜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의송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규제완화와 지금 재벌특혜로 주어지는 규제완화는 속성이 다르다. 정부 메시지에 괴리가 있다”며 “(규제완화 정책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특혜적 요소가 아닌지, 현재 한국경제 현황에 부합하는 진단과 정책인지 엄밀히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경제민주화 대표수단, 공정거래법 후퇴
 
시민단체나 학계에선 대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관련 동일인 친족범위 축소, 수출목적 내부거래 과세 면제, 해외자회사로부터의 배당소득 익금불산입, 동일인의 법인 지정 등을 재벌특혜 정책으로 꼽습니다. 이는 주로 재벌 총수일가에 수혜가 미치며 정부가 내세운 경제활성화 명분과도 거리가 있다는 시각입니다.
 
친족범위를 줄임으로써 사익편취 목적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기능이 약해집니다. 또 국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수출 목적이라 속이면 탈세가 가능해집니다. 비슷하게 총수일가가 지배한 모회사 아래 해외자회사에 수출목적 내부거래를 몰아주는 방법으로도 탈세유인이 생깁니다. 그 해외자회사에서 국내 이익을 회수하는 과정에선 배당이 익금불산입(세제감면) 돼 부당이득을 키울 수 있습니다. 동일인은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되면 재벌 총수일가들이 아예 일감몰아주기 감시망에서 벗어납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멈춘 상태에서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한계도 노출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자동차가 수출 주역으로 성장해 경기가 좋을 땐 무역지표가 개선되지만 소득격차가 커져 국민은 늘 물가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속에서 부실한 산업생태계도 부각됩니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지형 속 중국에 따라잡히고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휩쓸리는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러브콜에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게 된 TSMC는 자국 내 막강한 팹리스(반도체설계) 생태계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엔 사실상 선두기업이 삼성, SK뿐이라 26조원 반도체 금융지원도 특혜 시비에 휘말립니다. 결국 국내 취약한 소부장(소재·장비·부품) 생태계도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이란 데 사회적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은 경쟁에 의한 혁신에서 온다며 이를 위해 경제력 집중 억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최종재 산업이 독과점화 돼 있어 국내 경제 구조 자체가 너무 경쟁이 없다”며 “경제력 집중 규제를 통해 재벌이 문어발식 확장을 못하게 하고 스스로 집중할 업종을 선택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한 경쟁의 활성화가 중요하고,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고자 징벌배상이나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는 게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재영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