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엇갈린 진단…KDI "내수 부진에 경기 개선세 미약"
KDI '7월 경제동향'…어두워진 경기 진단
기재부 "내수 회복 조짐"…정반대 평가
입력 : 2024-07-08 15:33:49 수정 : 2024-07-08 15:33:4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는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수출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 흐름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최근 일부 지표 조정에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 평가와는 엇갈린 진단입니다. 특히 KDI는 내수 부진에도 수출 회복세가 이끌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던 앞선 평가보다 표현이 약해지면서 어두워진 경기 진단을 내놨습니다.
 
고금리 탓에…'내수 부진' 진단 
 
KDI는 이날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수출 회복세로 경기 부진이 완화된다거나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그간의 평가보다 후퇴하면서 경기 개선이 미약하다고 어조를 낮췄습니다.
 
KDI는 지난달의 경우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KDI는 지난해 7월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 뒤 같은 해 10월부터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8개월간 비슷한 평가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후 수출 증가세가 강해지면서 지난달에는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달에는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달 전 진단보다 어두워진 평가를 내렸습니다.
 
KDI의 이 같은 평가는 정부 진단과 엇갈립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 6월호를 통해 두 달 연속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 진단 배경에는 한국은행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서 민간소비가 직전 분기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점과 수출 호조가 하반기 소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가 됐습니다.
 
반면 KDI는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기조를 꼽으며 경기 개선이 미약하다고 봤습니다. 최근 발표된 5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들이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한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내수 부진 흐름 속,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투자 모두 감소…경기 전망도 '흐림'
 
실제 5월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늘어 4월(3.3%)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습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8.1%)의 높은 증가세에도 자동차(-1.9%)와 전기장비(-18.0%)에서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증가폭이 줄었습니다. 특히 제조업 출하(3.7%→0.2%)가 자동차(-4.0%)와 전기장비(-20.6%)를 중심으로 부진한 가운데, 제조업 재고율이 4월 110.2%에서 5월 110.9%로 상승하는 등 제조업 회복세가 다소 완만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소비는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이 지속됐습니다.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1% 줄어 4월(-2.2%)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는데요. 승용차(-7.5%→-9.2%), 의복(-5.3%→-6.8%), 음식료품(-3.3%→-3.6%)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커졌습니다. 서비스업 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1.4%, 0.9% 줄어 소비 부진을 시사했다고 KDI는 전했습니다.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여파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4월 3.7% 증가했던 운송장비가 6.3% 감소로 전환한 가운데, 기계류도 4.7% 줄며 4월(-4.2%)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습니다. KDI는 "반도체경기 호조세가 관련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며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DI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경기 전망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KDI는 "6월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단계적 감산 완화가 결정된 이후 급락했으나,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원유 공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큰 폭의 상승으로 전환했다"며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로 당분간 재고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유가 상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내수 부진과 달리 수출은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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