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②해외사업 오히려 `독`..知彼知己 이후 덤벼라
경험부족·금융위기..손실 '눈덩이'
"대기업, 공기업 해외 동반진출로 경험 쌓아 독자 진출"
입력 : 2012-05-22 10:00:00 수정 : 2012-05-23 08:57:46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주택사업만으로는 생존이 불확실해진 건설사들은 해외시장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로 해외시장 개척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영난에 빠진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섣부른 해외진출로 수익은 커녕 손실만 보고 발을 빼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카자흐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적극 진출하던 중소건설사들이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이 어려워지자 대부분 투자로 이뤄진 해외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같은 무리한 해외투자의 실패로 돌아오는 경영상의 손실확대와 이로 인한 경영위기였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진출 실패 이후 덮쳐오는 위기는 미분양, 사업의 무한 연기, 발주처의 계약 해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문제 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건설사들이 우선 현지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공기업의 해외 진출시 동반 진출해 현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해외 진출 '쓴맛'
 
우림건설은 무리한 카자흐스탄 주택사업 투자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복합단지인 '애플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대지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 1블록 1공구 450여 가구에 대한 준공을 마치고 올초 첫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상황 속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나머지 공구에 대한 사업 등 완공까지는 갈길이 아직도 험악하다.
 
총 사업비가 4조5000억원으로, 우림건설은 총 3차례에 걸쳐 PF 자금 66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사업에 PF 자금을 투자한 곳은 우리은행, 농협, 국민은행, 파인트리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이다.
 
법정관리 중인 성원건설도 카자흐스탄, 두바이, 바레인 등에 토목, 주상복합, 도로공사 등을 시도했지만 연거푸 쓴맛을 봤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2010년 현지 도로청이 발주한 도로공사 사업권을 따냈지만, 회사가 지난 2010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일방적으로 '사업 철회'를 통보받았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현지 스폰서를 통해서 계약 상대방과 업무 추진을 하는데 아직까지 스폰서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시도한 아파트 사업은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 공사를 하던 중에 자금 부족을 겪으며 사업을 중단했다.
 
두바이 주상복합 사업은 선분양제도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 일부 미분양에 그친데다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즉각 상환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성원건설은 현재 2차 M&A를 추진중이다. 그는 "회사 '성원쌍데빌' 브랜드와 그간의 실적을 배경으로 해서 금액을 낮춰서라도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회사 경영이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적 워크아웃 중인 삼부토건(001470) 역시 카자흐스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06년부터 카자흐스탄에서 1만4500평 규모의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한 삼부토건은 글로벌 경기 침체속에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2009년 12월 일부 매입한 현지 토지는 되팔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 상황.
 
삼부토건 관계자는 "토지를 매입할 당시가 카자흐스탄 경기가 최고조일 때라 매입 가격은 현재의 3배 수준이었다"며 "지금 그 사업을 이어받거나 토지를 매입할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부족, 금융 조달 능력 부실..'총체적 난국'
 
무리하게 PF 대출을 받아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 이같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경영진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바이 등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는 건설사가 많은데 섣부른 도전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삼부토건 직원 안 모씨는 "카자흐스탄 공사의 실패 원인은 시장 조사를 잘 못했던 부분에 있다고 본다"며 "직원된 입장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정권 교체와 함께 공무원이 다 바뀌었다"며 "분양에 따른 허가 문제가 걸려있었는데 이같은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의 직원 이 모씨는 남들따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대해 경영진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씨는 "(우리회사)직원들이 해외 사업에 실패한 걸 두고 오너를 향해 '남들 배낭여행 간다고 나도 배낭여행 가는 거냐'는 볼멘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톱 5 건설사들도 해외 건설 시장에서 이라크 등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중소건설사들의 고전은 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중소기업 수주지원센터장은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은 해외시장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시장 정보뿐 아니라 초기의 금융 동원 문제나 보증, 추가 유동성 조달 등에 대한 제반능력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총체적 난국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 나가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경험이 풍부한 기업과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우선 중소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초기 경험을 쌓기 위해 국내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동반 진출해 현지 경험을 쌓은 후 독자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의 장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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