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경제민주화' 비판만 있고 대안은 '나몰라라'
입력 : 2012-10-11 18:56:18 수정 : 2012-10-12 08:59:30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경제민주화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대한민국 사회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연속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현진권 한경연 소장의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경연 관계자와 소설가 복거일씨, 경제학 교수들이 모여 12월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무차별 비판과 선동만 난무할 뿐 민생안정과 국가경제를 위한 적절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판만을 위한 비판이란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경제민주화 공약 실천될 경우 '그리스 난민 꼴' 날 것"
 
이날 발표자로 나선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수히 널려있는 사회·경제 문제점들을 '경제민주화'라는 불분명한 단어와 함께 엮어 대중들을 선동하고 나선다고 비판했다. 
 
민 교수는 "독일 마르크스주의자들에서 태생한 경제민주화의 본뜻인 '노동자의 공동참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왜곡돼 변질됐다"며 "재벌개혁,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심지어는 식량안보까지 경제민주화라는 고리와 엮어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표심에 사로잡혀 현실을 고려치 않은 달콤한 공약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실천할 경우 그리스 난민 꼴이 나게 될 지도 모른다"며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자유화가 돼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시장의 자유를 강조한 것이다.
 
◇복거일 "경제민주화는 결과의 평등..공산주의와 다름없어"
 
소설가 복거일씨도 이같은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복씨는 "지금 여야가 내세우는 경제민주화는 '결과의 평등'이며, 이는 모든 재산과 소득을 동등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미인 공산주의나 다름없다"며 "경제민주화에 있어 민주주의는 '기회의 평등'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잘 일궈낸 이상적인 인물로 박정희 전(前) 대통령을 꼽았다. 특히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보통사람들을 주주로 발돋움시킨 것은 큰 매력이었다"며 "이런 조치들이 바로 기회의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재벌에 대해서도 복씨는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재벌 지배구조야말로 우리사회에서 제일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무조건적인 재벌 공격은 삼가고, 기업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우림(Rain forest)과 같은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씨는 이어 "결과의 평등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시장규제가 심화되면 사회가 활력을 잃고 시들게 된다"고 경고했다.
 
◇대안 없는 비판에 그쳐.."알맹이는 없었다"
 
토론자들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혹독한 경고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불안정과 어려움에 대한 대책 마련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날로 깊어지는 양극화 현상과 청년실업, 가계빚, 소득 불균형에 관련한 질문에 토론자들은 '경제성장'만 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일축했다. 성장 지상주의는 현 정부가 내세운 낙수효과의 이론적 토대였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는 점을 간과한 대목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집중이 결코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며 "국가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에는 오히려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됐다. 경제민주화 논란은 정치적 의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라는 용어도 맞지 않고, '빈곤문제'로 보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자유주의자들도 대안은 많지만 단지 신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역시 "경제가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 탓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다"며 "개개인이 분명 자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 내지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보다 개인 자생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는 하나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대책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재벌들의 불투명 경영과 거미줄 같은 선단식 경영은 결국 한국경제 모두를 무너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반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광화문에서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연속토론회'를 '학문적 관점에서의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라는 주제로 개최했다.(사진 왼쪽부터 조동근 교수, 민경국 교수, 사회자-박동운 명예교수, 복거일 소설가, 현진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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