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재무건전성 '빨간불'..RBC 비율 급락
금융당국, 장기적으론 RBC 비율 200% 이상 유도할 듯
"수년간 불황 이어지면 2015년 상당수 보험사 문 닫을 수도"
입력 : 2012-12-12 15:16:51 수정 : 2012-12-12 17:07:09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RBC비율이 200%( 지난 9월 기준)를 밑도는 롯데손보(149%), 흥국화재(167%), 한화손보(168%), 하이카다이렉트(178%), 메리츠화재(187%), 악사손보(190%), LIG손보(193%) 등이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파산하거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일시에 해약했을 경우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순자산 비중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저금리 기조에 대비해 장기적으로는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보험사들은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산 운용 수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불황이 몇 년간 이어진다면 2015년 즈음에는 상당 수 보험사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한 차례 증자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렸다.
 
하나HSBC생명은 지난 8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162.3%였던 RBC 비율을 250%대로 끌어올렸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증자를 통해 RBC 비율을 200% 위로 올렸다. 지난 9월 RBC비율이 171.5%에 불과했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최근 증자를 결정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RBC비율은 2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데다 작년부터 각종 위험을 추가 반영한 회계기준이 도입돼 RBC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보험사가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강화된 재무건전성 여건을 맞추기 위해 올 상반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RBC 비율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와 저금리 추세 장기화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기존의 지급여력비율과 달리 RBC 비율은 위험 요인을 세분화해 평가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금 지급 및 이자율 변동 위험만 측정했지만 RBC 비율은 자산가치 변동과 금융사고 위험까지 추가 반영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보험사에 RBC 비율 도입을 의무화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주식·채권·부동산시장 등이 모두 침체된 데다 저금리 기조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RBC 비율이 하락하는 보험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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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