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엔과 유로의 불편한 동거..ECB의 선택은?
입력 : 2013-02-07 18:26:25 수정 : 2013-02-07 20:00:59


[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7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주목된다. 통화정책 보다는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가 최근 지속되는 유로화 강세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게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무제한 금융완화를 선언하며 엔화 약세가 가속화된 이상 유로존도 상대적으로 강세가 되어버린 유로화에 대한 대응책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 경제 회복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로화 환율 억제를 주장하는 프랑스와 절상에 반대하는 독일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예산 등의 논의사항을 두고 어떤 이야기가 오갈 지도 갖가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에 대해 내비치는 견해에 따라 향후 유로화의 방향은 결정될 전망이다.
 
◇ECB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 오가나
 
ECB는 올들어 첫 회의에서 금리를 0.75% 선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를 앞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로화 환율 억제정책을 취해 줄 것을 EU에 요구했다.
 
올랑드는 5일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유로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환율을 빨리 안정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그가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에는 프랑스의 고질적인 실업률과 기업경기 부진이 있다.
 
그러나 수출 기반이 튼튼한 독일은 오히려 유로화 강세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어 환율 개입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유로화 절상은 투자자 신뢰회복을 반영한 것이며 환율정책은 지속 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유럽연합(EU) 예산안을 놓고도 독일과 프랑스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추가 긴축을 주장하는 독일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양책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입장이 엇박자를 빚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회의에서는 EU 중장기 예산 청사진이 그려지게 되는데, 이 중에는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비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치 위기 대응방안,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글로벌 환율전쟁에 유럽도 가세할지 주목
 
이 같은 상황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유럽의 투자심리를 촉진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닉 코니스 ABN 아므로 거시경제 연구수석은 "유로존 경제는 다시 부상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통화 개입이 유로화 강세를 잡지 못한다면 ECB는 다시 한번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은행들은 ECB에 빌렸던 자금들을 조기상환하고 있어 ECB의 재정도 호전되고 있는 상태다.
 
드라기는 앞으로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란 카흐라마니 SGH 투자전략사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은 ECB의 금리 인하 의지를 과대평가해 왔다"며 "이는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정적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발렌타인 마린보 씨티그룹 투자전략가는 "드라기가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나 유로존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위해 통화 개입을 결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CB는 조만간 미국과 유럽에 맞서 환율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현재 유럽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물가는 떨어지고 있어 ECB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카스텐 브레즈키 ING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며 "그러나 환율 추세가 계속 유로화 약세로 간다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상승곡선 그리던 유로화 1주일만에 하락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전일보다 0.4% 떨어진 1.3523달러에 거래되며 1주일만에 하락했다.
 
◇최근 1주간 달러 대비 유로화와 엔화 흐름(출처:파이낸셜타임즈)
유로화는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사임 압박을 받고 이탈리아 몬테 파스치 은행 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찰스 스타르노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유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발 정치 이슈에 반응하고 있다"며 "우리는 투자자들이 어떤 시점에서 투자를 선택할지 알 수 있으나, 아직은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외환전략가들은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의 반사효과로 엔화 대비 유로화가 강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화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의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 실물경제의 회복을 의미한다면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룩 프레딘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최근 유로화 흐름에 대해 "유럽 경제의 펀더멘털 강화를 반영하며 지난해 유로화가 워낙 약세였기 때문에 상승폭이 더 커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즈키는 "지난 2004년 '초강세'라고 평가되던 유로화가 다시 같은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관련한 드라기의 발언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래그허브 서바라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빠른 안정과 보다 공격적인 ECB 정책이 유로화를 2013년 이후 가장 강력한 주요 통화로 이끌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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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