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엔저 가속화..아베정권의 '딜레마'
입력 : 2013-05-20 18:33:34 수정 : 2013-05-20 18:39:41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20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3시28분 현재 102.70엔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2008년 10월 이후 4년 7개월만에 처음으로 103엔대를 상향 돌파(엔화 가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9일 4년만에 100엔대를 돌파한 후 약 일주일 만이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자료제공=대신증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선 국면에서 엔저 공세 시동을 걸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엔화 가치는 무려 30%나 하락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은 지난 3주간 5%, 6개월간 20%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며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수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수입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며 일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수출 '방긋'..주가 급등에 소비심리도 '들썩'
 
일본 내 엔저에 따른 수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키노시타 토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저에 따른 수출 확대가 전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수출량 증가세는 올해 4분기엔 오히려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제조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어나며 일본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익이 1조엔을 회복하는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은 대폭 개선되고 있다.
 
엔저 공세에 힘입어 일본 증시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올해만 45%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일본 내 소비심리 역시 살아나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상은 "소비지출이 일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분기는 V자 회복세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日 정부, '엔저 역풍' 경계..에너지 값↑
 
엔저 추세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아마리 경제상은 "엔화의 과도한 강세가 대체로 바로잡아졌다"며 "엔화 약세가 더 지속될 경우, 이는 국민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고 덧붙였다.
 
아마리 경제상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현 수준 환율에 이미 만족하고 있으며, 엔고를 우려하던 정부의 초점이 엔저 지속 시 벌어질 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입 물가 상승은 정부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석유 수입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엔화 약세가 수입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13.1에 머물던 일본의 수입물가지수는 올해 1월 들어 115.5까지 올랐다. 또 지난달에는 200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인 123.8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9.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윌리엄 페섹 미국 경제전문 칼럼니스트는 "엔저가 에너지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잘못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대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진전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日 경기 회복세 '긍정적'..110엔 환율도 가능할까?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 효과에 이날 경기평가를 2개월만에 상향조정했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5월 월간경제보고서에서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경제 회복세가 향후 수출 여건·신뢰 개선, 금융정책 등의 효과를 배경으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일본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 생명 이코노미스트는 "더 이상 투심이 회복되고 증시가 오르는 데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아베노믹스과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경제가 견고한 입지위에 섰다는 증거가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에 대해서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RBS은행을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0엔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 양적완화 축소 목소리가 커지며 달러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 하락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맥쿼리은행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11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양적완화 기조를 축소할 것이고 이는 110엔을 뒷받침하기 좋은 구실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역할 역시 주목되고 있다. 앨런 러스킨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일본 내 개인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엔을 매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몇 개월간은 105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연말부터는 110엔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가 달러당 110엔을 넘어서는 것이 일본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는 "환율이 105엔을 기록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110~120엔 수준은 일본 경제에 큰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6개월간 환율은 95~105엔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정도의 엔화 약세는 인정하더라도 하반기까지 엔화 절하속도는 제한 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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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