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해운업계 "페이퍼컴퍼니는 선박금융 목적"
입력 : 2013-05-29 15:20:02 수정 : 2013-05-29 15:22:5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일부 재벌 총수와 전현직 고위 임원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외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이 커진 가운데 자칫 해당 업계 전체로 불똥이 튈까 관련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와 관련해 대부분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비리', '탈세', '비자금' 등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다 보니 해당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법인을 운영하는 해운사들도 여론을 살피며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9일 "해운업의 특성 상 원활한 선박 발주를 위해 파나마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국세청에 정상적으로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등 합법적인 법인"이라고 해명에 주력했다.
 
재벌닷컴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현대그룹, STX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들은 모두 파나마, 마샬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곳에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다수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해운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이들 해운사의 SPC는 해외 선박금융과 관계가 깊다. 선박금융은 선박의 건조·매입·운용 등을 위해 금융기관이 선주, 조선사 등에 제공하는 금융을 말한다.
 
국내 선박금융 시장 규모는 세계 선박금융 시장의 5% 미만으로, 국내 해운사들은 주로 해외 선박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선박금융을 취급하는 이들 외국 금융권 대부분이 파나마, 마샬군도 등에 SPC를 설립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을 단다는 설명.
 
돈을 빌린 해운사가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담보로 설정한 선박을 처리해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에 비해 조세피난처의 절차가 간소해 금융권에서 담보권 행사를 손쉽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조세피난처 국가에 전 세계 선박의 80~90%가 몰려 있는 만큼 각 나라별 해운 운임과 선박금융 이율 등이 세계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도 외국 은행들이 SPC를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에서 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에도 그리스 국적의 선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해운사들은 선박 1척당 하나의 SPC를 설립하게 되고, 많은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의 경우 수십개의 SPC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해운업계의 항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경기 침체에 따른 재정난으로 업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비자금, 탈세 등 부정적인 인식이 해운업으로 확산될까 우려스럽다"며 "세관 당국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립하고 수익에 맞는 세금도 제때 납부하며 운영하는 만큼 탈세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실적 제약을 핑계 삼아 조세피난처를 역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박금융을 핑계로 허위 SPC를 설립해 역외 탈세나 비자금을 축적한다던지 하는 비리는 해운업 전체에 부정적인 여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해운업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오는 국가 대표 산업인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 운영을 통해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업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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