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조짐 소니, 삼성전자 위협?
장인정신에 실험정신 결합..새 시장 개척
입력 : 2013-09-17 11:41:47 수정 : 2013-09-17 11:45:2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소니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과거 패자로서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특유의 장인정신에 실험까지 더해지면서 예전의 소니다운 명성을 일부 보이고 있다.
 
올 초 카즈오 히라이 CEO가 '소니의 부활'을 선언한 뒤 일련의 공격적 행보가 시작됐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신개념 스마트 디바이스들을 쏟아내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멀찌감치 달아난 삼성전자(005930)를 무리하게 뒤쫓기 보다 소니만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1979년 소니가 전자업계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워크맨'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이 같은 실험정신과 장인정신의 결합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소니의 달라진 행보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긴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한 스마트폰의 성장성이 한계에 달한 현 시점에서 '엔저 바람'을 탄 소니의 역습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QX 시리즈, 고화질 카메라 렌즈와 스마트폰의 결합
 
소니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3에서 선보인 사이버샷 'QX10', 'QX100'이다. 초고화질 촬영이 가능한 렌즈를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촬영된 사진은 스마트폰에 저장돼 곧바로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당초 QX 제품 이미지가 유출됐던 8월경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었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해본 현지 관계자, 미디어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IFA 현장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들이 직접 소니 부스에 찾아와 제품을 사용해본 뒤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종결자'로 불리는 'RX-100'의 성능을 그대로 가져온 한편 소형화, 스마트폰과의 연결성 강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격대 또한 비슷한 성능의 경쟁제품보다 최대 절반 수준 저렴하다.
 
◇소니가 이달초 IFA 2013에서 공개한 QX100.(사진출처=소니 홈페이지)
 
한편 최대 격전지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는 여전히 삼성전자, 애플보다 한참 뒤쳐지지만 올 초 공개된 전략스마트폰 엑스페리아Z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 점유율이 점진적인 상승세에 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소니는 엑스페리아를 통해 '삼성식' 다품종 전략을 구사해 나가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의 판매 전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시장에서 감지되는 소비자 수요에 따라 마케팅 포인트를 제품별로 세분화해 가급적 많은 플래그십 상품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니도 5~6인치대 패블릿 제품 수요에 대해서는 엑스페리아Z 울트라(U)를, 중저가형 시장에는 엑스페리아Z1 미니를, 전략 라인업에는 엑스페리아Z 시리즈를 내놓고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소니의 스마트폰이 삼성, 애플 양강에 비해서는 아직 마케팅 포인트가 비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소니가 에릭슨과 결별 이후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 다음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가 모바일 사업부문에 대대적인 쇄신을 진행한 직후 곧바로 시장에서 HTC, 노키아, LG전자 등을 추월했다는 건 사업전략이 소비자 수요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내년 초 공개될 신제품 엑스페리아Z2에 대한 루머도 흘러나온다. 폰 아레나에 따르면 소니의 차세대 전략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코드명 '아바타')는 현존 최고 해상도에 2000만 화소대의 카메라, 5.2인치 이그조(IGZO)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해상도는 500ppi(인치당화소수)로 업계 최고 수준 해상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노선대로 화질과 콘텐츠에 승부수를 걸겠다는 얘기다.
 
◇소니의 하이브리드 실험, '대세' 거스를 수 있을까
 
◇소니가 이달초 열린 IFA 2013에서 공개한 소니 바이오 핏 멀티 플립.(사진제공=소니코리아)
 
노트북과 태블릿PC 간의 하이브리드 제품도 눈길을 끈다. IFA 2013에서 선보인 바이오 피트 멀티 플립, 바이오 탭 11은 노트북과 태블릿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으로 얼핏 보면 기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내놓은 컨터버블 PC, 탭북 등과도 유사하지만 해당 제품군에도 소니의 실험정신이 녹아들어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 피트 멀티 플립은 제품 이름처럼 여러 형태로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제품이다. 종이접기를 하듯 덮개를 접는 방향에 따라 노트북으로 쓰거나 스탠드 모드로 쓰거나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평상시 노트북을 쓰다가 영화를 볼 때는 화면을 뒤로 넘기거나 반을 접어 당겨 스탠드 모드로, 또는 화면을 완전히 접어 태블릿 모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제품은 바이오 탭 11. 슬레이트 형태의 윈도8 태블릿으로 MS의 서피스 프로와 비슷한 제품이다. 11.6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윈도8 태블릿이지만, 아톰 대신 고성능 코어 프로세서를 넣었고 9.9mm로 두께를 최소화했다. 또 키보드가 무선으로 작동하므로 본체와 거기를 떨어뜨려 놓은 상태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다.
 
MP3 플레이어, 무선 헤드폰, 스피커를 하나로 합친 '워크맨 WH시리즈'도 실험적인 제품이다. 16GB의 저장 공간을 가진 독립적인 디지털 음원 재생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3분 충전으로 한 시간 가량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완전히 충전했을 때 최대 20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헤드폰 기능은 40mm 드라이버유닛을 탑재했으며 5-20kHz의 주파수 대역을 지원한다.
 
반면 소니가 과거와 달리 IT·전자업계의 대세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 내놓는 제품들의 상당수가 주력 시장보다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소니가 내수 시장과 미주, 유럽 등에서의 최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애플의 약세로 인한 반사이익이 크다"며 "소니의 실험이 당장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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