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끝날 줄 알았는데..전세의 덫
비인기 지역 전셋집 주인, 새 세입자도 돌려줄 보증금 없어
입력 : 2013-10-08 11:26:41 수정 : 2013-10-08 11:30:2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세입자 생활을 마감하고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K씨. 지난 8월 이사할 집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살고 있는 이태원동 전셋집의 집주인에게는 11월 이사할 뜻을 집주인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K씨는 새 집 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전세계약 만료시점이 가까워지며 집주인과 갈등이 벌어졌다. 계약 만료일이 3주 뒤로 다가왔지만 집주인은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없다며 새로운 임차인이 나올 때까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것이다. 진작에 집을 내놨지만 새로운 세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K씨는 집주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고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을 찾았지만 마땅한 수는 없었다. 새로운 세입자를 직접 찾는 방법이 있지만 전세난 속에서도 전세수요가 선호할 만한 집은 아니였다.
 
결국 소송을 하거나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 경매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매매활성화 정책과 기나긴 전세난으로 매매로 돌아서는 전세세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보증금을 둘러싼 세입자와 집주인과의 다툼도 늘고 있다.
 
원인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없다는 것이다. 세입자 생활을 마감하고 내 집 마련을 결심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계약에 곤란을 겪은 세입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에 따른 전세수요가 넘쳐나며 현재 가려져 있지만 매매전환이 늘어날수록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수요가 선호하지 않는 지역과 주택유형에서 다툼은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정찬 유플러스리얼티 대표는 "많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돌려줄 보증금이 없다"며 "현재 전세수요가 넘쳐 눈에 띄지 않지만 세입자의 매매전환 사례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경매 현장(사진=한승수기자)
 
상당수 집주인들은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며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안고 매수를 한다. 전세금을 제외한 집값의 나머지만 내면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1억원 주택에 6000만원짜리 전세가 있는 집이라면 4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한다면 세입자와 집주인 간은 다툼은 불가피하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보증금 반환 소송을 하거나 임차권등기명령신청에 따라 경매 신청이 가능하다. 아니면 직접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
 
소송에 들어갈 경우 소송비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일대 중개업소는 해당 전세물건을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만기 직전까지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중개업소를 통한 세입자 찾기는 포기하는게 좋다.
 
이 경우 대부분 경매에 들어간다. 하지만 경매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정이 순탄치 않다. 경매신청을 하면 경매개시결정 및 등기촉탁을 집주인에게 송달하게 된다. 이후 현황조사를 하고 감정평가의 절차를 거쳐 경매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만 통상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배당까지 1년이 걸린다.
 
박찬식 용인동천태양공인 대표는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많은 집주인들이 돌려줄 전세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로운 집으로 매매든 전세든 이사를 갈 때 곤란을 겪지 않으려면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를 확실히 하고 다음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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