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블랙프라이데이 맞는 미국..소비자 지갑 열릴까
입력 : 2013-11-28 15:07:55 수정 : 2013-11-28 17:27:53


[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은 미국인들에게 전통적으로 가족, 칠면조, 축구를 위한 날이었다. 동시에 소매업체들에게는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두달간의 ‘대목’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추수 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미국 각지에서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 폐쇄와 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 등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뉴스가 많았던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미국 소매업체들의 적자(bleak)를 흑자(black)로 바꿔주는 날이 될 수 있을 지 기대감과 회의가 교차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연 매출 20% 나오는 ‘대목’
 
블랙 프라이데이의 앞 글자인 '블랙(Black)'이 처음 흑자를 기록하는 날을 뜻하는 것처럼 이 날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 크리스마스까지의 두 달간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연간 매출의 20~40%를 차지한다. 연간 순익으로 따져도 20% 수준이니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시즌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2006년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 매출액은 344억달러였던 반면 지난해에는 600억달러로 6년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총 홀리데이 시즌 매출액이 같은 기간 5920억달러에서 5880억달러로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추이(출처=NRF)
 
미국 소매업협회(the 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총 일수는 25일로 작년 31일보다 짧아졌지만 두 달간 매출이 6020억달러에 달해 작년보다 3.9%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 증가세는 물론 최근 10년 평균인 3.3% 증가세도 뛰어넘는 수치다.
 
◇경제지표 개선 뚜렷..유가 하락도 소비 도울 것
 
정부 폐쇄의 여파를 딛고 속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는 소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일등공신이다.
 
우선 미국인의 소비수준을 가장 직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가 증가세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매판매는 0.4% 증가하며 9월 수준인 -0.1%에 머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3개월 최고치로 정부 폐쇄가 소비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었음을 드러내주는 지표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가 0.2% 증가세를 이어간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차나 가구 등의 소비 뿐 아니라 외식과 의류, 가전제품 등 일상적인 소비도 늘렸다는 것으로 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브라운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정부 폐쇄가 소비자들의 소비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 “홀리데이 쇼핑 시즌 시작과 함께 소매판매 증가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부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역시 호재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 날 전 거래일 대비 1.38달러(1.5%) 하락한 배럴당 9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유가 하락이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져 홀리데이 기간 매출이 당초 3.9% 증가할 것이라던 예상을 넘어 5.4%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칼 리카도나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WTI가 90달러선까지 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근거로 추산해봤을 때 소비자들은 평균 47달러를 더 소비할 것”이라며 “이를 집계해보면 총 150억달러의 추가적인 소비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제날디 골드버그 TD 증권 스트래지스트도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으로 얻은 여유돈을 다른 곳에 쓰고 있다”면서 “이는 홀리데이 시즌의 소비 증가로 이어져 4분기 소비와 GDP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심리 아직 부진..'온라인 매출'에 희망있다
 
소비자들이 정부 폐쇄와 부채한도 상향 문제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소비에 쉽게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는 쪽도 있다.
 
바로 전날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0.4까지 떨어졌다. 9월과 10월보다 낮게 나타남은 물론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린 프랑코 컨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뒤를 내다봤을 때 소비자들은 직업과 소득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비관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홀리데이 시즌을 맞은 소매업체들에게는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쇼퍼트랙에 따르면 줄어든 홀리데이 시즌 탓에 이 기간 쇼핑에 나서는 방문객 수는 작년보다 1.4%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것도 우려다. 특히 전자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겠다는 소비자는 11.5% 급감할 것이 예상된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오프라인 쇼핑객 수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소매업체들의 가격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월마트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전자제품 품목을 처음으로 포함시키며 수 년이래 가장 낮은 가격으로 TV를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고 미국 가전소매업체 베스트바이도 지난 주 월마트는 물론 다른 온라인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할인판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샤론 맥콜람 베스트바이 최고투자책임자(CFO)는 “4분기에 경쟁이 심화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가격 인하에 나서겠지만 총 마진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관건은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먼데이는 추수감사절 연휴 다음주 월요일로 연휴 기간에 다 못한 쇼핑을 회사에 처음 출근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이번 추수감사절 기간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에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의 수는 작년 39%에서 올해 55%로 크게 늘었다. 포브스지도 올해 사이버 먼데이 예상매출은 18억 달러 규모로 13.1%의 두 자릿 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온라인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프로모션 열기도 뜨겁다. 쇼핑앱 쇼트스택은 페이스북을 통해 에세이 콘테스트를 열어 ‘할인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나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쿠폰을 발급해 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대도시를 위주로 일요일에도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등 빠른 배송으로 승부를 건 업체들도 있다.
 
스튜어트 호프만 PNC 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들이 절망에 빠졌다는 것은 과도한 표현일 뿐 이번 소비 시즌이 미국 경기를 회복 시킬 절호의 기회”라며 "특히 온라인 매출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그 핸들러 IHS 이코노미스트도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만큼 소비심리는 충분히 긍정적”이라며 "올 연말까지 이어지는 소비 시즌은 매출 증가를 통한 실물 경제 회복세를 가져올 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도 산타랠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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