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태양광에 흘깃..'적과의 동침'
입력 : 2013-12-05 16:35:00 수정 : 2013-12-05 17:04:4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적과의 동침인가, 일시적인 밀월인가. 최근 오일머니가 태양광 사업 진출을 선언하거나 타진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석연료는 그간 태양광 발전의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다.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워낙 쌌던 탓에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는 보완재로서의 지위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오일머니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신재생에너지 기업 인수에 속속 나서며 대체에너지원 확보에 적극 뛰어든 모양새다. 든든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력난을 해소하고, 화석연료 고갈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보쉬는 지난달 26일 솔라월드에 태양전지 자회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솔라월드는 독일 최대 태양광 발전용 모듈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솔라월드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난 8월 카타르솔라에 지분 29%를 넘기며, 사실상 오일머니가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카타르솔라의 지분은 솔라월드의 창업자(19.5%)보다 10%가량 많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영기업인 카타르솔라가 솔라월드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폴리실리콘 생산도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카타르솔라가 70%의 지분을 쥔 카타르솔라 테크놀로지(QSTEC)는 올해 말 8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2분기부터 양산에 나선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독일의 솔라월드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간 폴리실리콘 제조는 중국과 한국이, 모듈은 중국, 한국, 대만 등에 집중된 구도에 경쟁국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국내 기업도 중동계 오일머니로부터 인수 관련 입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소유한 모 국영 에너지기업은 최근 STX솔라 인수 여부를 타진키 위해 최진석 사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최 사장은 기술 경쟁력과 제조력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프랑스의 석유회사 토탈 역시 태양광 사업에 의욕을 보이는 대표적 오일머니 사례로 꼽힌다. 토탈은 지난 2011년 미국 선파워를 전격 인수하며 주목을 끌었다. 선파워는 태양광 패널 제조와 태양광 발전소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내 2위 업체다.
 
전문가들은 오일머니들이 태양광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갈수록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석유사업의 한계를 꼽았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은 석유화 가스에 대한 의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낮추려 애쓰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피크타임 때 전력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국가 가운데서는 카타르가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20%를 신재생에너지에서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카타르 안팎에서는 투자와 설치가 용이한 태양광 발전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오는 2032년까지 전력 수요의 3분의 1을 태양광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동 국가들이 연이어 태양광 발전 확대 의지를 내비치면서 태양광 산업과 업황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불모지였던 중동지역이 공급과잉 해소의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뿐만 아니다. 중동 국가들이 태양광발전소 건설 등에 적극 나설 경우 태양전지 관련 업체들을 직접 인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석유를 보완할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입맛에 맞는 태양광 업체를 찾으려는 오일머니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은 시작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양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