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정책)'확장적 기조' 공허한 외침 되나
입력 : 2013-12-27 10:00:00 수정 : 2013-12-27 10: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재정을 풀 여유도 없거니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을 감안하면 금리도 인하보다는 인상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당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놓은 내년도 예산안 자체가 전년도 본예산대비 지출이 4.6% 증가한데 그치고 있어 자칫 말로만 '확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확장적 기조 유지 가능한가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첫머리는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 유지'라는 제목으로 장식됐다.
 
올해 정부정책 주도의 경기회복 흐름을 민간주도로 가져가는 것이 내년 경제정책의 큰 목표이지만 확실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올해와 같은 수준의 재정적 경기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회복 동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주요 사업예산을 상반기에 조기배정하는 등 재정 조기집행을 계속하고, 국고채 발행시기와 물량 조정 등을 통해 시장금리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 제도도 올해와 같이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확장적 기조의 한계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주도의 재정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이미 올해 경험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금리도 인하보다는 인상에 무게가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정부 스스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지만, 대외적 평가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재정조기집행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올해 0.3%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것은 정부의 재정정책보다는 세계경제의 회복흐름의 영향이 크다.
 
내년에는 재정 조기집행의 명분도 크지 않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반기에 재정의 60% 이상을 조기투입하는 방법을 통해 경기회복의 탄력을 하반기로 이어가는 정책을 펼쳤지만, 이는 상반기에 경기가 어둡고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흐름을 전제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저성장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내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경기구분 자체가 무의미해 졌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흐름을 볼 때 상반기에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도 "과거와 같이 상저하고로 볼 것은 아니고 연중 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상반기 50% 중반대의 재정집행이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것은 세수상황을 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바라지만 대외 여건은 인상에 무게
 
확장적 거시정책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초적인 기준이 되는 금리는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확장적으로 정책을 이끌기 위해서는 현재의 낮은 금리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내려야 하지만 금리는 인상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미 예고된 것처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고, 이는 곧 채권금리의 상승을 가져오며 결국 전체적인 금리인상으로 연결된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장적 정책이라고 하면 금리를 내릴 의향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지금은 언제 올리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라면서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내년 예산의 총지출이 과거보다 굉장히 낮게 잡혀있는데, 이는 확장적이라고 보기보다는 중립적인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텐리, 노무라 등 해외 IB들이 내년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한은이 당분간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5월에 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적어도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간다"며 추가적인 금리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으며,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도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팀장은 "정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긴 것 아니겠느냐"며 "올해 확장적이었기 때문에 더 확장적이지 않다고 해서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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