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진보당과 북한 연계 증거 못찾았다
"'일심회·왕재산 사건'서 진보당에 어떻게 지령 전달됐는지 확인 못해" 시인
'북한개입' 근거 부족해 '위헌정당' 핵심논리 흔들..헌재 심판 영향 미칠듯
입력 : 2014-02-04 15:08:38 수정 : 2014-02-04 18:04:1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통합진보당(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에서 진보당과 북한이 연계됐다는 근거로 정부가 내세운 '진보적 민주주의'의 강령개정과 관련,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수 없음을 정부가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당이 북한과 연계된 위헌적 정당임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정부가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면서 정부측 논리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에서 "북한은 대남혁명론에 따라 2005년 12월 민주노동당(진보당의 전신격) 연계 간첩 일심회에 '민주노동당 정책 부분을 완전 장악하라'는 지령을 내리면서 그 일환으로 '정책위의 의장으로 경기동부 이용대를 내세우고, 문성현을 당대표로 하라'는 내용의 지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둘은 2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일성이 주장하던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선거운동을 벌여 2006년 2월 당직선거에서 각각 정책위의장과 당대표로 선출됐고 이후 당권을 장악한 뒤 17대 대선공약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2011년 2월경 왕재산 간첩사건에서 지령을 내려 '진보정당 통합시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관철'시키도록 지시했고 이후 진보당은 '자주, 연대연합, 평등, 부강한 국가 건설, 혁명, 평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즉 '진보적 민주주의'는 '일심회 사건'과 '왕재산 사건'에서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진보당의 전신격인 민주노동당의 강령으로 채택되었고 그 강령이 현재까지 진보당의 강령으로 남아 있으므로 진보당은 북한의 지령을 받는 위헌정당이라는 것이 정부측 주장의 골자다.
 
진보당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것을 지난해 12월24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부측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그에 대한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4일 뉴스토마토가 단독으로 입수한 정부측의 답변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한은 일심회 총책인 마이클 장(장민호)에게 문성현과 이용대를 당대표와 정책위원장으로 선출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은 확인됐으나 문성현과 이용대에게 북한지령을 전달했는지는 당시 수사기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다만 "일심회 간첩들이 북한지령을 받은 이후 하부조직에 전달한 사실, NL계열 내부 대책회의를 통해 북한에서 지시한 인물들을 지지하기로 결의한 사실, 문성현과 이용대 등은 당 3역 선거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했고, 북한 지령에 따라 문성현과 이용대가 선출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북한의 지령과 문성현, 이용대의 선출사이에는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추론을 덧붙였다.
 
왕재산이 북한 지령을 받아 민주노동당 당원에게 전달했는지와 그로 인해 처벌받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왕재산 사건의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진술을 거부해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한 북한의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한 북한의 지령을 왕재산 조직의 누가 민주노동당 관계자를 포섭한 후 전달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민주노동당 강령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낱낱이 밝힐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민주노동당 장악 및 강화와 관련한 다수의 북한지령 및 보고문이 있었던 점, 2003년과 2004년을 거쳐 이미 북한이 공개지령 사이트인 백두넷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에 대한 논문을 소개해 NL계열 전반으로 진보적 민주주의가 확산돼 다수의 지하조직에게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 지령이 내려갔을 가능성이 농후한 점 등을 감안하면 북한 지령과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진보당과 북한의 연계성을 정부가 추론만 할뿐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정당해산심판 공판에서 진보당측의 대대적인 반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대리인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일심회 사건에서 문씨와 이씨에게 북한이 지령을 전달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이상 이는 문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17대 대선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대선공약에 내걸었다는 증거가 없음을 정부가 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왕재산이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한 북한의 지령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정부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 역시 북한이 왕재산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게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왕재산이나 수하가 민주노동당의 강령변경에 개입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입장에서 이같은 진보당과 대리인단의 공세를 어떤 논리로 방어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정부가 스스로 북한과 일심회, 왕재산, 이씨와 문씨,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당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이상 앞으로의 공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2차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제공=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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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