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기대출사건)KT 자회사, 내부관리 시스템에 문제없나
입력 : 2014-02-07 19:12:00 수정 : 2014-02-07 19:15:4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KT 자회사 직원이 납품업체들과 공모하고 2800억원대 대출사기를 저지른데 대한 충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오랜 기간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회사가 이를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KT 자회사인 KT ENS(구 KT네트웍스)의 영업부서 부장급 직원 김모씨(51)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100여차례에 걸쳐 6개 납품 협력업체가 은행 13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위조, 허위 매출채권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를 통해 대출을 받은 협력업체들은 그 대가로 김씨에게 법인카드와 차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는 지난 2011년부터 법인카드를 김씨에 전달했다. 처음에는 매달 100만원씩 사용하다가 2012년부터는 매달 300만원씩 쓴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도 피해 저축은행들이 김씨 등을 고발함에 따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기룡)는 이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현재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검토 중이다.
 
KT ENS에 따르면 직원 김모씨는 구매나 자금을 담당했던 경험은 없지만 영업부서에서 납품 협력업체들을 관리해 왔다.
 
회사는 이번 대출사기의 주체는 납품업체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며, 자사 직원 김모씨는 '단순조력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리직원이 업체와 장기간 공모해 범행을 저질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KT ENS는 이에 대해 "지난 2006년부터 외부감사인을 통해 내부회계관리(내부통제) 점검을 받아왔다"며 "외부감사인 감사 결과 '문제없음' 의견을 받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또 "대출 과정에서도 은행에서 회사에 확인을 요청해 온 적이 없었고, 우리 계좌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을 적발할 방법이 없었다"며 "또 은행들이 전자문서가 아닌 수기문서(종이 세금계산서)를 사용해 확인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모씨가 최근 근무태도 불성실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으며 인재개발팀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측이 해당 사실을 미리 인지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부터 몇년 동안이나 진행되온 내부부정을 회사에서 전혀 몰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미 회사에서 이를 알고 징계를 하기 위해 대기발령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명예퇴직 대상이었으나 회사가 퇴직을 시키지 못하고 대기발령 상태로 조치를 취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명예퇴직 대상자였던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업무부적응자로 평가 실적이 좋지 않아서 대기발령을 냈던 것이지 사전에 김씨의 행각을 알고 그런 처분을 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5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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