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재균 사장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
"원가절감 지속..풀가동 유지하겠다"
입력 : 2014-02-28 08:41:29 수정 : 2014-02-28 08:47:17
[도쿄=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단위 생산원가를 낮추려면 공장은 100% 풀가동해야 합니다."
 
지난 27일 일본 최대 태양광 향연인 PV 엑스포에서 만난 이재균 웅진에너지 사장(사진)은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태양광 업황 회복을 수동적으로 마냥 기다리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3분기. 대부분의 태양광 업체들은 업황 침체를 이유로 속수무책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국내 태양광 업계 1위인 OCI마저 가동률이 60%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빙하기였다. 이 사장은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며 원가절감에 나선 것.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물론 실적에 대한 부담은 컸다. 지난해 4분기 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분기(56억원)보다 손실 폭이 23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413억원으로 전분기(317억원)보다 96억원이나 증가했다. 판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손익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모기업 사태에 대한 부담도 그를 짓눌렀다.
 
매출액 추이만 보면 잉곳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근 업황 침체 국면이 서서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조치들이 점점 가시적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단기적 손익 구조에만 매달려서는 업황의 흐름을 놓칠 것으로 진단됐다.
 
그는 "꾸준히 가동률을 유지하게 되면 판가가 오를 경우 턴어라운드 폭이 더 클 것"이라며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공장을 풀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생산성 향상 이외의 자구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 돌아온 그의 대답은 "기술에 집중하겠다", 정공법이었다.
 
이 사장은 "모듈이나 패널 업체들이 발전 사업으로 발을 넓히는 것은 더 이상 해당 사업에서 경쟁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면서 "잉곳은 모듈이나 패널과 달리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자 차별화 전략이었다.
 
또 "잉곳 공급 시 이를 받아가는 업체가 시스템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데 머물지 않고,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1.2기가와트(GW) 상당의 공급계약을 맺은 미국 선에디슨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선에디슨이 웅진에너지에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에디슨에 공급 물량이 집중된 탓에 향후 발을 빼는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실적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연말 월 생산량을 400톤(t)으로 늘리며 이중 300t을 선에디슨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한달 생산량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려대로 선에디슨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심화됐다. 
 
그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장점과 단점의 상충되는 지점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생산물량에서 선에디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선에디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웅진에너지는 현재 월 생산량을 50t 늘리기 위해 생산성 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 올해 연말까지 이 작업을 완료하면 선에디슨 외 공급물량이 100t에서 150t으로 늘게 된다. 공급량이 늘면서 자연히 리스크도 분산되는 셈이다. 웅진에너지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 태양광 전시회를 찾은 것도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2011년 11월 웅진에너지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 사장에게 지난 3년은 그야말로 시련의 시간이었다. 미국 다우코닝에서 전자재료부문과 글로벌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제일모직 전자재료부문 전무를 역임하는 등 나름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그는 웅진에너지 대표이사 취임 직후 내리 적자를 경험했다. 2011년 3분기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웅진에너지는 분기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어 그해 연말 500억원대의 공급계약이 해지되는 등 수모도 겪었다. 물론 일시적 반전이 있기는 했다. 이듬해인 2012년 2월 모기업인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매각하겠다는 깜짝발표를 했다.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시장은 그의 선택에 놀랐다.
 
이마저도 일장춘몽이었다. 인수했던 극동건설 부실로 모그룹마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그해 9월 웅진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웅진에너지는 그야말로 기댈 곳 없는 고아 신세로 전락했다. 업황 침체기였기에 유일하게 버팀목이었던 모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회사와 그룹이 창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로 접어들면서 그의 마음고생도 상당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부임한 뒤 두 달간 상황을 파악하니 회사가 정말 바닥이었다"고 소회했다. 웅진에너지의 주력 공급업체였던 미국 선파워와는 거래가 종결됐고, 업황 악화로 잉곳을 사갈 고객사도 마땅히 없을 만큼 회사는 극도로 힘들었다.
 
그는 기존 프로세스를 전부 뒤집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재임 초기 최대 생산량이 월 320톤에 불과해 좀 더 늘리자고 했더니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결국에는 연말 400톤으로 늘렸다"면서 "어려운 시기 흔들리지 않고 함께 일해 준 종업원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생산량 증대를 통한 원가절감의 해법을 찾았다면, 실적 개선을 이루는 게 그에게 남은 숙제다.
 
"웅진에너지로 올 때 회사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도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편한 직장에서 사업부를 맡는 것도 좋지만 좋은 시절보다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직원들과 변화를 만드는 게 사는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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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