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의협 "전공의, 독자적 파업 강행 가능성 낮다"
입력 : 2014-03-17 13:21:14 수정 : 2014-03-17 14:45:37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정부와 의협이 원격진료 등 그간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 진통 끝에 합의점을 도출하면서 오는 24일로 예고된 의료계 2차 총파업의 철회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전공의들의 수용 여부.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부터 20일 정오까지 4일에 걸쳐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꺼진 듯한 파업 동력의 불씨가 되면서 대정부 협상력에 힘을 실어줬던 전공의들이 어떤 선택으로 하느냐에 따라 2차 파업 여부가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결과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의협은 1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간의 의-정 재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가장 큰 쟁점이었던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선(先) 시범사업 후(後) 제도도입의 의협 요구내용을 정부가 사실상 그대로 수용했다.  또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 등에 의협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원격진료제 도입과 함께 최대쟁점이었던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 관련해서는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 등 우려되는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기존의 병원협회 외에 의협,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와 약사회까지, 관련된 모든 보건의료 전문단체들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고, 이를 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건강보험 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키로 했다.
 
규제개선 부문에서는 중복적 행정절차 간소화, 불합리한 비용산정 개선, 규제 적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대책도 마련됐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관리기구를 구성, 오는 5월까지 전공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또 지난해 마련된 전공의 수련환경 지침에서 명시된 ‘최대 주당 88시간 수련’이 주당 최대수련 시간을 48시간으로 규정한 유럽이나 80시간으로 규정한 미국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수련 여건임을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당초 최대쟁점으로 지목됐던 건강보험 수가 인상은 이번 논의 의제에서 제외됐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보험수가 인상은 의협 투쟁목표가 아니었으므로, 처음부터 이번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면 합의에 대해서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신 “이번 의제에는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의 불합리한 정책결정 구조에 대한 개선 방안들이 포함됐고, 부분적인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이번 정부와의 합의안을 이날 오후 6시부터 20일 정오까지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협의안에 대해 찬성률이 높을 경우 24일로 예고된 의료계 2차 총파업은 자동 취소된다.
 
다음은 노환규 의협 회장과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과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합의에 있어 가장 좁히기 힘들었던 부분은.
 
▲원격진료 선시범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문구 조정도 어려웠다. 또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에 대해 의협의 요구안을 받아들인 게 가장 큰 쟁점사안이었다.
 
-전공의들도 따를 것으로 보이나.
 
▲1차적으로 의협 회원들의 투표 결과에 따르는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전공의들이 이번에 특별히 주문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독자행동을 하겠다고 했으나 전공의 비대위 요구안들이 다수가 수용됨에 따라 전공의들이 독자적으로 총파업과 관련된 강행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고 본다.
 
-1차 의료발전협의회 때보다 진전된 사항이 있나.
 
▲의발협에서는 추진하겠다, 논의하겠다, 개시하겠다며 일정이 명시되지 않은 것들이 (이번에는) 모든 사항에 대해 일정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이 명시된 게 다르다. 올해 12월 이내에 건보법 개정 위한 입법발의하기로 했고,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 동수로 하는 원칙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원격진료, 6개월 안에 시범사업 가능한가.
 
▲원격진료에 대한 구체적 모델 개발이 아니라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시범사업이다. 현실적으로 목적이 달라 가능할 것이다. 6개월간 시범사업 기간 동안 협상단장 얘기한 것처럼 안전성, 유효성 검증이 가능하다. 다만 원격진료 전체안에 대한 검증기간이 부족하다. 6개월은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확정됐다. 다만 시범사업이 기획, 설계, 구성 진행 평가를 의협이 주관해 진행하는 만큼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체회원 투표 결과, 부결된다면.
 
▲문서 말미에 의협 회원들 투표를 거쳐 협의안이 수용되면 신의와 성실 원칙 입각해 진행키로 했다. 만약 회원들이 안 받아들이면 전면 무효화하기로 한다고 써 있다.
 
-이번에 수가인상 논의 안했는데, 1차 의발협에서 발표된 추가재원 지원, 진찰비 현실화 등은 무효화되나.
 
▲이번에 2차 의정간 협의할 때는 가능하면, 저희가 투쟁에 나선 목표인 건강보험제도, 원격진료 투자활성화 같은 일련의 의료영리화 저지 외에 건보 근본적 문제 개선, 의료제도 개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에 논의할 때 의제 선정에 있어 큰 줄기였다. 수가 부분은 논의 주제에서 빠져 있었고, 필요하다면, 1차 의료발전협의회 논의된 내용들은 의협의 요구에 의해 들어갔다기보다 그동안 양측 필요성에 의해 의정간 논의돼 왔던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의협의 요구사항에서 빠져 있으나 상시협의체를 통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6개 보건의료단체가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인가.
 
▲2002년 만들어진 보건의료정책심의회가 단 한번도 열린 적이 없다. 이를 활성화하는 데 양측이 동의했고, 보건의료단체가 정부와 정책을 함께 논의해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이를 활성화한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 상시화가 어려워 각 단체가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소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것이다.
 
-전체 회원 투표를 진행하는데 파업 철회조건은 무엇인가.
 
▲투쟁위에서 저희가 파업 일정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전체회원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시작할 때는 50% 이상 참여에, 50% 이상 찬성이지만, 총파업 일정 변경이나 철회시 참여기준 50% 이상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투표율이 과반이 안 돼 총파업을 철회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철회나 철회 유보시 투표 참여자의 과반이상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정했다.
 
-원격진료 선시범사업은 시범사업이 끝날 때까지 국무회의 상정 보류키로 했나. 투자활성화 대책은.
 
▲1차 의발협에서 최종 협의문에는 원격진료는 국회에서 입장차이를 논의한다고 돼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던 것인데, 합의된 것처럼 보도돼 의협이 합의된 바 없다고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선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이번에는 입법 전에 먼저 시범사업을 한다고 명확히 명기돼 있다. 따라서 어차피 입법전 선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원격진료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기가 사실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제출에 대해선 일단 입법 추진 전에 시범사업에 동의했고, 법안 제출에 대해서는 정부에 맡겨달라고 해 의협이 동의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은 2가지 의미다.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에 대해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적지 않은 국회의원, 법조인이 의료법 개정사항이라고 해 논란이 있다. 정부 주장대로 시행령 개정사항이더라도 개정전에 보건의료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그 내용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 협상안이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부분은 인수문구는 빠져 있지만, 합병허용 부분은 정부도 시행령이 아니라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논의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파업에 큰 역할을 한 전공의들에 대한 합의내용에 따른 피드백이 있나.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포함해 수련환경 개선은 거의 요구사항이 수용됐다. 전공의 최대 근무시간 이것만 안 됐다. 다른 것은 비대위 요구대로 됐다. 이게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최대 주당 88시간의 수련지침이 발효된지 2주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의협은 88시간 정부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 성명을 냈지만, 당시 불행하게도 전공의 대표단체에서 환영성명을 냈다. 정부는 2주밖에 안돼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전공의 비대위도 그 부분을 전공의 대표단체에서 수용한 것이라 더이상 주장하기 어려웠다. 그부분은 추가적 논의를 거쳐 하향 조정하는데 동의한 것이다.
 
-정부의 이행 의지는.
 
▲정부와 날짜와 기한까지 합의 하에 결정하고 문서화했다. 정부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한다. 정부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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