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진흙탕 네탓 공방.."죄인은 누구란 말인가"
현 회장 제외 임직원 모두 책임 회피
입력 : 2014-03-27 12:49:49 수정 : 2014-03-27 12:53:56
[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동양그룹의 1조3000억원 규모의 사기 기업어음(CP) 발행 사태의 재판이 임직원들의 진흙탕 '네 탓 공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사죄한다'면서도, 사기 CP발행에 '책임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 누가 저지른 범죄인가'라는 피해자들의 탄식이 뒤따랐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위현석) 심리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 등 임직원 11명의 첫재판이 열렸다.
 
현 회장은 "회장으로서 그룹을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했으나, 낙관적인 판단으로 시기를 놓쳐 이 사태를 발생시킨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동양그룹에 좌절과 고통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신이 책임질 부분에 대해 그룹 임직원이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데 대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발언기회에 함께 기소된 동양그룹 전현직 임직원은 책임을 모두 현 회장 혹은 다른 피고인에게 돌렸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56)은 변호인을 통해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관여하거나 기여한 사실이 없다"며 "사기적 방법을 동원해 CP판매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양증권은 CP를 판매한 곳이지 발행한 회사가 아니다"며 "피고인의 역할과 지위 등을 구분해서 죄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구조조정을 잘 했으면 법정에 안 섰을 것이라는 원망도 있다"며 현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48)는 "영업업무만 했을 뿐 회계업무에 관여하지 않아 CP발행과 회계부정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현 회장과 공모한 점을 엄격하게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38)도 "일부세력이 책임을 회피하고 본질을 흐리고자 (자신을)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다수의 피해를 양산한 CP 판매의 사기성과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가 핵심인데 이 범행에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승국 전 동양증권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CP발행을 저지하고자 현 회장에게 결단을 촉구했으나, 현 회장은 동양증권 매각을 중단하고 자신에게 경질을 통보한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김종호 동양시멘트 사장의 변호인은 "기업조직의 하위에 있는 피고인과 최상위에 자리한 현 회장이 동일한 위치에서 범행을 공모했다는 공소사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이라고 말했다. '권한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머지 그룹 임직원들도 그룹 주관으로 CP발행이 이뤄진 점과 자신의 직위가 CP발행에 관여할 위치가 아닌 점을 들어 책임을 회피했다.
 
이같은 발언을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장탄식이 세어나왔다. 피해자들은 "도대체 누가 한 것인가", "잘못한 사람이 없다", "다 부인하면 누가 죄인인가"라며 술렁였다.
 
작은 소란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재판을 마치고 퇴정하는 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을 향해 "우리돈은 다 어디갔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저런 인간을 변호하는가", "변호인들이 더 나쁘다"며 이번 사건의 변호인단을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앞서 재판을 시작하고 현 회장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법정 소란을 일으켜 재판이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재판장과 법정 경위가 제지에 나선 뒤에야 잠잠해졌다.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날렸다는 한 피해 여성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며 재판을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소란을 부린 피해자들에게 퇴정이나 감치를 명령하는 대신,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한다. 향후 이런 사태가 있으면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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