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제지 매각 또 유찰..KCC전자 "산은 의도 모르겠다"
입력 : 2014-06-12 18:04:23 수정 : 2014-06-12 18:08:36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백판지 업체 한창제지(009460) 매각이 또 유찰됐다. KCC전자가 단독으로 입찰했지만 한창제지 채권단은 KCC가 제시한 가격과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계 및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창제지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KCC전자에 매각이 유찰됐음을 통보했다. 채권단은 KCC전자가 매각주관사가 발송한 입찰안내서를 위반하는 내용의 인수 제안을 해와 매각 유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CC전자가 채권단이 예상한 매각가격 범위(200억원대 중후반)에 못 미치는 입찰 가격을 제시한 데다, 제안한 가격 조정폭도 입찰안내서에 나온 5%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KCC전자 측은 우발채무 발생시 손실 보장, 인수 무산시 실사비용 보장 등 무리한 요구도 함께 제시했다는 게 채권단 측 입장이다.
 
한창제지는 2013년 기준 백판지 시장점유율 8.6%, 고급백판지 시장점유율 36.7%를 기록했. 지난해 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수익성이 90% 개선됐으며, 매출액은 1813억원을 올렸다. 백판지 시장이 과점 체제인 데다 중국을 비롯한 수출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창제지에 대한 제지업계의 관심이 컸던 게 사실. 
 
첫 번째 인수전에는 제지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솔제지와 무림그룹 등이 참여했지만 가격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매각이 유찰됐다. 예비실사를 진행한 기업들이 우발채무 리스크를 고려한 가격을 제시했지만 채권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실시된 두 번째 인수전에서는 시장 예상과는 달리 제지업체가 모두 빠지고 전자회사인 KCC전자와 합판제조업체인 선창산업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예비실사 이후 선창산업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결국 KCC전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KCC전자 측은 채권단이 이번 매각을 유찰시킨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했다. 매각가격도 채권단 측이 원하는 범위를 제시했으며, 입찰사 단독 자력으로 잔고증명까지 했는데 유찰시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CC전자 측은 산업은행에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이 무산된 이유가 부당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금융감독원에 매각 시기를 늦춰달라는 민원을 신청했다.
 
 
박수한 KCC전자 대표이사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채권단 지분 매각 입찰이 아무런 이유와 최소한의 근거없이 유찰됐다"며 "채권단으로부터 10일 저녁, 그것도 정해진 시한을 넘겨가며 유찰이 통지됐다"고 말했다.
 
KCC전자 측은 채권단이 원하는 금액에 맞춰 입찰가를 제시했는데도 산업은행이 갑자기 매각가격을 올렸다며 고의적으로 KCC전자에 매각하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KCC전자와 한창제지가 진행 중인 유상증자 무효소송과 연관이 있다.
 
KCC전자는 3년 전 한창제지에 투자해 현재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인수자로 선정됐을 경우 지분은 30%로 늘어나며, 진행 중인 유상증자 무효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15%의 지분이 더해져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다. 유상증자 무효소송은 1심에서 KCC전자가 승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12년 4월 김승한 한창제지 회장 등을 대상으로 보통주 797만주를 발행한 한창제지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산업은행이 이때 627원에 800만주 가량을 제3자배정 방식으로 구 사주에게 지분을 넘겨 일반주주의 손실과 권리가 침해된 것에 대해 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이겼으나 한창제지 측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매각 시기를 늦춰달라고 산업은행 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매각에 직접 함여하게 됐다"며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우리가 입찰에 성공할 경우 경영권을 확보할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통해 KCC전자가 입찰을 포기해 줄 경우 실사비용 520만원을 전부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산업은행 측은 입찰안내서를 위반하는 내용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제안한 가격 조정폭 5%는 우리 측에서 무조건 요구한 게 아니라 MOU상에도 나와있는 것인데, 재무적인 데이터에서 금액을 잘못 산정한 것에 대해 실사를 재실시했을 때 오류가 있을 경우에만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이 입찰을 유찰시킨 이유로 가격을 얘기했는데 첫 번째 인수전에서는 한솔제지, 무림 등이 소송, 공정위 담합 조사 등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200억원이 안 되는 금액을 제시했는데, 이때만 해도 200억 이상을 원한다고만 채권단이 얘기했다"며 "에에따라 이번 본입찰때 KCC전자는 채권단이 원하는 충분한 금액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여 제시했지만 고의적으로 입찰을 유찰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매수 단가 90일 평균주가에 20% 경영프리미엄 할증해 770원에 투찰하고 200억원이 넘는 입찰 전액을 입찰사 단독의 자력으로 모두 잔고증명(100억원 은행 대출의향서 포함)을 했는데 왜 갑자기 원하는 매각가격을 더 높였는지, 고의적으로 KCC전자에게 넘기지 않으려는 속셈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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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