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증권맨의 기를 살려주자
입력 : 2014-09-18 15:46:39 수정 : 2014-09-18 15:51:08
은행권에서 1년에 3%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 아래로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됐고, 그나마 3%대 이자를 제공하던 일부 저축은행조차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물가 상승률과 예금이자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은행에 돈을 묻어두면 이자가 불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까먹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안전자산이 오히려 위험자산이 돼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방어 전략은 의미가 없어졌으니 살기 위해서는 전략을 공격으로 전환해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만이 내 돈을 지키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는 두렵다. 은행에 맡기면 원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지만, 투자는 원금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살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하고, 그만큼의 위험은 감수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저축이 아니라 투자를 하면 원금보전이 안된다는 것을 그냥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돈을 까먹는 경험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투자한 돈이 마이너스 잔고 상태인 것을 확인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고통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투자를 선택한다. 간접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시장이 변화무쌍하게 출렁이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더라도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듬직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자본시장은 아직까지 온전히 신뢰받고 있지는 못하다.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삐딱하다.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투자자들의 손실은 외면했던 과거 금융투자 업계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시절 승승장구했던 증권맨들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불황 속에서 최악의 시련기를 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1년새 구조조정으로 수천명이 짐을 쌌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는 대학생들에게 최고 선망의 직업이었지만 과거의 영화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그야말로 증권맨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다행히 최근 증권가에서는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잦은 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고객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직원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가 하면 손실을 입은 펀드를 애프터서비스 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노력이 얼마나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와 업계가 다 같이 큰 시련기를 한 차례씩 거친 만큼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씩 성숙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투자자들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업계를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 우리 자본시장이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되고 절망이 아닌 희망의 대명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자. 자본시장 종사자들이 축처진 어깨를 펴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증권맨의 얼굴이 밝아지는 만큼 우리의 투자자산 잔고도 활짝 웃게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자본시장은 저금리 고령화시대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가 돼야 한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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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