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이재용식 경영 본색..인사에도 반영될 듯
입력 : 2014-11-26 17:08:37 수정 : 2014-11-26 17:08:37
(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그룹이 26일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계열사 4곳을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그룹 사업구조개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계열사간 합병과 지분이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개편작업이 '선택과 집중'의 기조 아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삼성측은 이번 계열사 매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의 경영방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한다'던 이건희 회장은 모든 계열사가 1등을 하도록 독려하는 경영방식이었다면, 이 부회장은 1등을 할 수 있는 기업만 육성한다는 경영방식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기조는 당장 다음달 초로 예정된 그룹 사장단 인사와 곧이어 단행될 임원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 이 경우 인사의 폭과 의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업재편, '헤쳐모여'에서 '과감한 포기'로
 
삼성은 지난해 이후 경영권 승계작업과 함께 사업구조 개편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 왔다. 그 주된 틀은 계열사의 헤쳐모여였다.
 
지난해 9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인수했고, 에버랜드는 석달 후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기고, 급식 및 식자재사업은 분리해서 삼성웰스토리로 떼어냈다. 이후 사명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이후에는 전 계열사에서 전면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진행됐다.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했고, 제일모직은 다시 삼성SDI와 합병했다.
 
올해 4월에는 이번에 한화에 지분을 매각한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했고, 9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결정됐다.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이 무산됐지만 삼성이 두 회사의 합병을 포기하지는 않을거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계열에서도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을 전량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삼성선물이 삼성증권의 100% 자회사가 됐다.
 
모두 그룹을 전자부문(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과 금융·서비스부문(삼성생명·삼성화재·호텔신라), 건설·플랜트부문(삼성물산·삼성중공업)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의 하나였다.
 
이번에 매각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이러한 3대 부문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측면에서 사실상 버리는 카드로 활용됐다는 평가다. 지분구조에서도 삼성종합화학 정도가 4개 계열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총수일가의 지분이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4.95%, 이건희 회장이 0.97%를 보유하고 있다.
 
방위산업쪽에서 시너지를 기대한 한화측이 삼성테크윈을 강력하게 원했다는 점이 이번 계열사 매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1등이 될 수 없는 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삼성의 의지도 맞아떨어졌다는 게 삼성과 한화의 설명이다.
 
◇"실적 나쁘면 정리될 수 있다"는 메시지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그렇듯 삼성그룹 역시 석유화학부문 실적부진이 계속돼 왔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57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삼성토탈도 올해 상반기 9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동기대비 66.3%나 줄어든 것이다.
 
이번 매각의 주인공인 삼성테크윈도 지난 3분기까지 매출 1조9300억원에 당기순손실 145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테크윈은 2011년 말과 올해 4월에 각각 사업 연관성이 적고 실적기여도가 낮은 카메라모듈 사업과 반도체부품사업을 정리했다. 또 9월에는 국내 감시카메라(CCTV) 생산을 중단하기로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창원 1공장 생산라인은 가동이 중단됐고, 중국공장에서 생산을 일원화하고 있다.
 
테크윈의 매각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치는 잃게 되겠지만 40여년간 방산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에서 오히려 성장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매각과 실적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추후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주 발표될 사장단 인사 역시 파격적인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계열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스마트폰 실적부진과 연계해 신종균 인터넷·모바일(IM)부문장(사장)의 경질을 포함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설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계열사 매각은 앞으로 1등 기업이 되지 못하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이 무작정 우산이 되어주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줬다고도 볼 수 있다"며 "역량이나 실적이 떨어지는 계열사들에게 충분히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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