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미생(未生)' 빗대 "한수 한수 최선을"
독립경영 체제 유지에 대한 의지 거듭 강조
입력 : 2015-01-05 11:40:43 수정 : 2015-01-05 12:22:10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하고, 단단하게 뭉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5일 오전 서울 수표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단단하게 뭉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의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세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경영환경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위기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박 회장은 "중국과 경쟁사의 거센 도전, 유가와 환율 불안정, 경기침체 장기화 등이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덮쳐오고 있는 형국"이라며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평소 즐기는 바둑에 비유해 세 가지를 당부했다.
 
박 회장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생(未生)'의 대사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를 언급하며 "이제까지의 우리의 경험과 성과를 하나하나의 바둑돌처럼 소중하게 아끼고 단단하게 뭉쳐서 어떠한 위협에도 깨지지 않는 집처럼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그는 '복기(復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매사에 '최선의 수'를 신중하게 부탁하는 주문도 남겼다. 복기는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순서대로 돌을 놓아보는 것을 일컫는다.
 
박 회장은 "바둑을 두는 사람은 수많은 수를 기억하기 위해 돌 하나하나에 가치를 두며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의 수를 놓는다"면서 "매사에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를 놓아줄 것"을 역설했다.
 
박 회장은 연장선상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대국 후에 복기를 통해 무엇보다 패착과 승부처를 분석하고 수를 연구한다"면서 "작년 한 해만 해도 우리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었던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형인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니아나그룹과 별도로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도 거듭 내비쳤다. 박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사실상 결별한 상태로 주위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새 해를 처음 시작하는 시무식 자리였던 만큼 수위는 높지 않았다. 박 회장은 "올해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그룹에서 독립한 지 6년째를 맞이한 해이자, 1970년 설립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45살 되는 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5년은 금호석유화학그룹 45년의 역사에서 가장 험난했고 치열했던 시간이었다"면서 "모그룹(금호아시아나그룹) 부실로 좌절하기도 했고, 최대 실적으로 자신감을 얻기도 했으며,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로 울고 웃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전 2020'을 차질없이 달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금호석화는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 세계일등제품 20개를 목표로 하는 비전2020을 지난 2011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내 인생의 '바둑돌을 어떤 의미와 자세로 놓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면서 "'완생(完生)' 하십시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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