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회복 논란)유동성 확대..V자 회복 가능할까?
(집중기획)②수출·내수 침체 여전..지속가능한 성장까지 아직 갈길 멀어
입력 : 2009-04-17 09:00:00 수정 : 2009-04-17 09: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중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총 통화량(M2)은 큰 폭으로 늘었고 중국 은행들의 지난달 신규 대출 규모도 사상 최대치로 확대됐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노력에 화답하듯 16일(현지시간) 발표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6.1%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 3월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들도 나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다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출 증가로 인해 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중국 은행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돼 세계 경제의 엔진역할을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유효한 것일까. 결국 확대된 유동성이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오느냐가 중국 경제 회복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확대..내수진작으로 이어질까?
 
'중국 경제 바닥론' 확산의 중심에는 정부의 4조위안 경기 부양책과 주요 국유은행의 대출 확대에 힘입은 유동성 증가가 있다.
 
이석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침체로 중국의 유동성 펀더멘털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약화되면서 약간 뒤틀렸던 중국의 유동성이 정부의 공격적인 경제정책으로 순환을 재개하고 있다"며 "대출 확대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일시적이고도 인위적인 유동성 확대다. 중국 경제가 견고하게 서려면 결국은 이같은 유동성 확대조치로 수출과 내수가 힘을 받아야 한다.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전 지역에서 수출은 두자리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경공업 제품 수출이 증가했지만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공업 제품의 경우는 20% 내외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의 경우도 부품수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철강제품, 기계 및 전기전자 제품군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감소폭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중국 수출입의 변수인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통적인 성장책인 수출 지원 외에 내수 진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전인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작년 11월 국무원 회의 때 나온 4조위안대 경기부양책의 세부내역은 소폭 조정됐다. 11월달에는 45% 정도가 투자쪽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35% 정도만이 투자에 할당됐고 나머지 10%가 헬스케어쪽으로 이관됐다.
 
그러나 수출이 아닌 내수 부양에 따른 생산활동 본격화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
 
이석원 애널리스트는 "중국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헬스케어 정책이나 마인드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통화량 증가의 속사정
 
중국의 1분기 총 통화량(M2)은 지난 4분기에 비해 25.5% 늘어난 53조600억 위안을 기록했고 중국 은행들의 지난달 신규 대출 규모도 사상 최대치인 1조8900억 위안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 같은 통화량 증가의 대부분은 투자를 위해 큰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의해 발생했다. 이같은 통화량 증가는 중국의 실제 경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중국 경제의 회복징후 중 하나로 꼽히는 은행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실적보고용’이라는 중국 경제관찰보 의혹도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시중에 과도하게 돈이 풀리면서 신용 위기 가능성과 인플레 확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에 대출 증가가 장부상 대출 증가에 불과한 의미 없는 대출이라면 이는 문제다.
 
◇추가 금리 인하할까?
 
그 동안의 경기부양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 8% 달성을 위해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아마도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대출 증가 및 금리 정책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것이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왕즈하오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애널리스트는 "2009년말까지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81%포인트 인하해 금리가 현재의 5.31%에서 4.5%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에 대출이 급증한데다 경제도 안정을 되찾고 있어 금리 인하의 절박성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회복을 위해 현 상황에서 한번 더 경제에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석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인하는 상시적인 변수이기 때문에 결국 횟수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유동성이 확실히 많이 풀어졌기 때문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필요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올해 최소 1회 정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 V자 회복이냐, U자 혹은 W자 회복이냐
 
중국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는 바, 오래 지속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에 힘입어 가시적인 GDP 증가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유동성 증가는 일단 중국 경제 경착륙을 방지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문제는 V자 회복이냐 아니면 U자 회복이냐다. 미국 등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요가 빠른 시일내에 살아나지 않는다면 중국은 결국 유동성 함정에 빠져 W자형 회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발' 경기침체에 전세계 경제가 한바탕 휘청거린 마당. 미국 등 여타 선진국 경제가 동반해서 살아나지 않는 한 '중국발' 하반기 세계경제 회복론은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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