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렇게 막자)④장미순 참부모연대 위원장 "보육 공공성 강화가 우선"
"국공립 어린이집이 민간 보육시장을 견제해야"
"아이들이 교사를 좋아하는 어린이집이 좋은 시설"
입력 : 2015-02-23 16:35:00 수정 : 2015-02-24 13:53:2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초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 정부는 발빠르게 사고 수습에 나서며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을 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을 받아 본 민심은 오히려 더 성났다. 정부가 아동학대에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발표부터 하고 보자며 서두른 탓에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져서다.
 
당장 CCTV 의무화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엇갈리고 예산문제 등 걸림돌이 한두가지 아니다. 블랙리스트 근절을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와 보육교사 양성과정 개선 등 역시 이미 여러번 나왔던 대책들을 재탕하는 수준이고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국공립 어린이집 등을 확충하는 보육체계 개편 없이 민간 보육시장만 고쳐서는 옥상옥에 불과하고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문제도 오래전부터 있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블랙리스트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잘 안됐다"며 "근본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이 민간 보육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어린이집 원장들이 세력화를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어린이집은 시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동의 보육을 위해 원장과 보육교사, 부모가 머리를 맞대는 곳"이라며 "어린이집 평가인증이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부모들이 평가과정에 참여하고 형식적인 평가방법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사진=장미순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 측))
 
다음은 장미순 운영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아동학대 기관·교사 영구 퇴출,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등을 공언했다. 이번 대책이 아동학대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학부모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점은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도 2010년부터 나온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 CCTV 이야기도 나온 지 오래됐다. 보육환경 전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피해가 반복된다. 아동학대는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교사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CCTV가 해결해주지 않는다. 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도 CCTV가 있었지만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도 회의적이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매우 열악한데 국가고시를 시작한다고 사람들이 메리트를 느낄 것이냐는 점이다. 국가고시를 치르는 만큼 그 직업에 대한 장점이 눈에 보여야 하는데 급여나 노동여건이 그렇지 못하다.
 
차라리 현재 보육교사 자격증 남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기존 보육교사에 대한 보수교육을 강화하고,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현장 감각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사이버 학점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를 막는 요인으로 블랙리스트가 지목된다. 보건복지부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구체적 대책은 없어 보인다. 블랙리스트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블랙리스트 문제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부모들을 블랙 컨슈머라고 부른다. 정부나 지자체는 블랙리스트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왜냐하면 민간 어린이집은 작은 영세사업장이라서 원장 개인의 힘이 세고 이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세력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원장에 의해 고용돼 상대적으로 약자인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나 어린이집 비리를 목격했어도 고용문제 때문에 함부로 신고하지 못 한다.
 
사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불만이 있다고 무조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자기 아이가 손해 볼까 봐 걱정해서다. 그래서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제기하는 문제는 정말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설사 학부모나 교사가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를 해도 구청에서 어린이집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민원이 제기된 사실을 알려준다. 유착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의 가장 좋은 대책은 어린이집을 개방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학부모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민간 어린이집이 조금 줄면서 국공립이 민간 보육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그러면 어린이집 원장들이 세력화를 못 한다. 아울러 보육교사의 고용이 안정돼야 원장의 권한에 벗어나 어린이집의 비리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보육시장은 민간 어린이집이 90%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보육 인프라는 부족하다. 또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을 늘리기만 하고 예산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 보육시장을 내실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나 아동과 관련한 여러 보육문제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부족하고 민간 어린이집만 넘치는 보육체계에 원인이 있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이 6%가 안 된다. 이는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늘도록 놔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어떤 식으로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원하고 있는데,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짓는데 2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신축 건물만이 아니라 가정형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공공보육 인프라 확충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민간 보육시장의 반발이 꼽는다. 그런데 민간 어린이집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민간 보육시장을 규제 일변도로 관리하고 예산지원이나 도움도 안 주면서 보육문제는 모두 어린이집만 문제라는 식으로 몰고 간다고 말한다.
 
결국 정부의 의지와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정부는 돈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만 얻으려고 하니까 문제 해결이 안된다. 예산과 보육의 질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인천을 보면 된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보육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반면 인천은 지자체 재정이 안 좋아서 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지원이 열악할 수 밖에 없고 과감한 투자가 안 됐다. 그래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학대처럼 아동 관련 사고들이 일어났다.
 
지금과 같은 보육제도 개편을 통해서 보육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CCTV 설치나 아동학대 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은 감시와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일단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내 안심보육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데, 이에 대해서 어떤 대안이 있나.
 
▲정부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보육교사만 문제 삼는다. 문제는 정부가 그간 어린이집 개원에 대한 규제를 완하하면서 누구나 원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어린이집이 신고제였는데 지금은 허가제다. 이러면 부실 어린이집이 늘 수 밖에 없다.
 
좋은 어린이집을 보면 우선 원장에게 영리목적이 굉장히 적다. 아이를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아동을 잘 기를 것인가를 가지고 부모들과 계속 소통한다. 앞으로 어린이집 원장이 될 때 기준을 강화하고 인성테스트도 해야 한다. 개원(開院)도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
 
또 지금 보육교사들이 하는 일이나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을 보면 정부가 교사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지침을 강요하는 형태다. 민간 어린이집의 장점은 원장과 교사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다양하다는 점인데, 정부의 교육방침은 하나의 방식만 강요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진행한다. 교사의 잡무는 많고 교육은 획일화되고 이런 일이 옥상옥이 되고 전시행정이 되면서 아동을 위한 보육은 사라지고 있다.
 
보조교사 채용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궁극적으로는 '보육교사 투(Two)담임제'라고 해서 한반에 두명의 보육교사를 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한 아동이 배변을 해서 한 교사가 이를 처리할 때 다른 교사가 남은 아동을 돌보는 것이다. 투담임제는 보육교사 한명이 대여섯명의 아동을 돌보느라 쩔쩔매는 상황을 해결하고 보육의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
 
보육정책은 아동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 자체가 경쟁체제다. 중·고등 교육과정이 치열해지면서 초등교육이 치열해졌고 이제는 영유야 교육도 영어나 특기활동 등에서 각종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이런 시스템은 부모가 어린이집에 많은 것을 바라게 만들고, 어린이집의 업무 부담 증가로 이어져 사태를 악화시킨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지금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문제가 많다. 평가인증을 3년마다 하는데 평가인증을 할 때는 보육교사들이 평가 준비한다고 아동 보육은 뒷전이다.
 
평가인증을 잘 받아야 좋은 어린이집이 되고 부모들이 아이를 많이 맡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평가인증 시기가 되면 어린이집끼리 갖춰야 할 시설과 장비들을 서로 빌려서 임시로 갖춰 놓는다. 이게 진정한 평가인증일까.
 
평가인증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지금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거나 찾으러 올 때 현관에서 교사를 만나는 게 전부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직접 정보를 알 방법이 없다. 이러면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불만을 제기하게 된다.
 
물론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부모들이 평가인증에 참여하거나 수시로 드나들면 너무 감시당하고 보육의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정말 좋은 어린이집은 부모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아동을 어떻게 보육할 지를 원장과 교사, 부모가 함께 고민한다.
 
만약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부모의 참여가 어렵다면 차라리 어린이집 교사들끼리 교차로 평가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관건은 닫힌 어린이집을 개방형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가정 내 아동학대 증가 등은 근본적으로 가정 내 양육시스템이 무너진 상황, 어머니가 아이의 보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이런 말은 아동 보육에 대해 일면적인 생각이다. 정부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가정 내 양육이 제대로 안 된다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가정 양육을 유도하는 듯 한데 0세~2세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당연하고 아이를 위해서도 이게 가장 좋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핵가족화됐고 가정 내 양육부담이 늘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빠든 엄마든 온종일 아동만 돌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아이의 양육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를 잘 키울지 고민한다. 부모들의 양육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가중됐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들이 매우 관심을 가진 현상도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부담이 버겁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왜 가정에서 애를 안 키우냐고 말하는 것은 가정 내 양육부담이 증가한 상황을 모른 척 한 사고방식이다.
 
부실 어린이집이 많고 보육여건이 좋지 않으니까 차라리 엄마가 키우는 게 낫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는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모두 떠 안는다. 엄마로서는 열악한 경제환경을 견디고 양육에 전담하느냐, 나가서 돈을 벌테니 아이를 부실 어린이집에 보내느냐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아동 관련 활동을 하면서 봤을 때 어떤 곳이 좋은 어린이집인가.
 
▲들은 이야기인데 보육교사의 표정이 안 피곤해 보이지 곳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 보육교사의 표정이 밝으면 업무 강도도 낮고 원장도 업무에 대해 강요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아동과 친하고 애들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곳도 좋은 어린이집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