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점 없는 韓 조선업..中日과 '대비'
입력 : 2015-03-11 17:07:00 수정 : 2015-03-11 17:07: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위기에 처한 한국 조선업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낮은 가격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수주물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과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회복, 품질과의 조화를 통해 부활의 기치를 빼든 일본 사이에서 한국 조선업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가격 면에서는 중국에, 품질과 연구개발 면에서는 일본에 밀리면서 세계 조선 1위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했다.
 
한국이 그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해양플랜트의 경우 최근 저유가 기조로 발주량이 급감, 초대형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일부 상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국, 일본과의 경쟁 속에 우리만의 특장점이 희석되면서 현 위기가 장기 구조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1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조선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와 향후 전략’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0년을 기점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하락세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현상유지, 일본은 상승세로 반전했다. 
 
특히 일본의 빠른 회복세에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일본은 올 1월 6년10개월 만에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수주량 1위에 올랐다. 내부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엔저로 가격경쟁력도 회복했다. 한국 조선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초대형컨테이너선과 LNG선에 대한 기술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에 비해 한국 조선업이 더 긴장하는 이유다.
 
일본은 선박엔진을 포함해 기자재 자급률 등 조선산업 인프라와 함께 연구개발, AS 및 품질보증 등 품질 면에서 3국 중 가장 우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금융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내수 선박 비중이 한국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점도 장점이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 탈출에만 급급해 자국 선사의 발주 물량이 단 1건도 없었던 우리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했다. 선박 생산의 30~40%를 차지하는 인건비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 원료인 후판 가격도 한국과 일본에 비해 각각 톤당 6달러, 14달러 가량 저렴했다. 다만 생산성과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조능률은 한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납기지수는 80% 수준에 머물렀다.
 
고부가 선종 위주의 수주 전략을 추진해온 한국은 수주 선종별 구성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과 중국의 수주잔량이 벌크선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초대형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 해양플랜트 등 상대적으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조선업 장기 침체를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른 포트폴리오 구성이 곧 차별화된 경쟁력이란 얘기다. 더불어 수많은 건조경험도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사들이 발주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조경험에서 앞서 있어, 이는 곧 수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자원 요소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침체된 조선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전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선종이나 프로젝트가 많아 리스크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조선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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