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젊은 총리를 찾아서
입력 : 2015-05-19 06:00:00 수정 : 2015-05-19 06:00:00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집 나가 실종된 아들 물고기 니모. 아빠는 대모험 끝에 아들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해피앤딩 영화다. 흥행에 성공하며 개봉한 2003년 아카데미상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검은 돈을 받은 의혹으로 국무총리 임명 후 고작 63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총리공관을 나가야 했던 이완구 전 총리.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반환점을 맞아 국정 후반기를 이끌면서 개혁과제를 추진해 갈 신임 총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찾아야 영화 ‘니모를 찾아서’와 같이 국민의 찬사와 함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이완구 전 총리가 짧은 퇴임사 속에 ‘여백’을 남기고 물러 난지 한 달이 다 되간다. 바로 오늘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하면 거의 두 달의 총리 공백이 불가피하다. 총리는 몇 달간 공석으로 두어도 아무 상관없는 핫바지 자리가 아니다.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대통령의 제1위의 보좌기관이다. 나아가 지난해 11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들어오면서 총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켜졌다는 뜻이자,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후임 인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신임총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정무형 경제통 인사, 화합형 인물, 관리형 인사, 호남 총리론 등 다양한 하마평이 있지만, 청문회 통과를 위한 도덕성과 국정 개혁과제 추진을 위한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라야 하는데 이론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과 함께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총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필자는 바로 '젊은 총리'라고 단언한다.
 
먼저 젊은 총리는 선진 각국의 트랜드다. 유럽연합 3대 경제 강국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39세의 마테오 렌치를 이탈리아 사상 최연소 총리로 선출했다. 그리스도 올해 초 40세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최연소 총리로 당선되어 나라를 이끌고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개혁을 기치로 처음 총리에 오른 1997년, 그는 43세였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프랑스는 올랭드 대통령이 지난해 붕괴직전에 놓인 사회당 정권과 경제회복을 위해 꺼내든 사실상 마지막 카드가 마뉘엘 발스 총리인데, 그가 52세다.
 
유럽 각국이 이처럼 젊은 총리를 리더로 세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국가 개혁에 젊은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병이라 불리는 경제정체, 재정 파탄, 국정불안 등을 해결하는데 구시대적 인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럽인들이 깨달은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유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의 신구 조화를 위해서도 젊은 총리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초대 총리후보자로 당시 76세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고, 74세의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제2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원로급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각종 불통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후임인 이병기 비서실장도 여전히 60대 후반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노련함과 경륜을 갖춘 인물을 통해 안정감 있는 국정을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젊은 총리를 통해 정부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이런 청사진은 안정 속에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국정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젊은 총리는 유력한 대안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최소 수십 명을 이미 검증했지만,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검증대에 올려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곪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과거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잣대를 들이 대다보니, 그 기준을 넘어설 사람을 찾아내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발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잣대에 맞는 사람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젊은 인물일수록 부정과 부패의 때가 덜 탔을 것이고, 본인이 부정부패에 연관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좌고우면할 것 없이 개혁에 앞장설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적어도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대국민 담화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부패와 연루되어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비극은 발생하지 아니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해서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총리 공백이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된다. 수첩인사 비판에서 벗어나 인재군의 나이 기준을 낮추기만 해도 펄떡이는 싱싱한 인재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젊은 총리에 국가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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