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노동계 갈등 증폭…임금피크제 민간 도입 최대 쟁점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 지적…"상생 아닌 노동자 죽이는 대책" 반발
입력 : 2015-06-17 18:26:42 수정 : 2015-06-17 18:26:42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개혁안은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등의 내용을 담은 '세대 간 상생고용 촉진', 원청과 하청의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원·하청 상생협력 지원', 그리고 '정규·비정규직 등 상생 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관행 지도·지원 활동' 등의 5대분야 36개 과제를 담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서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정하도록 하는 점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원·하청 상생협력 방안 등도 자율수준에 머물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임금피크제 청년 고용 기대…근로 조건 악화 지적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로 정부는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대한 부담을 줄일수 있고 이를 통해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성세대인 중장년층과 청년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확산하고 청년의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민간으로의 확대에 앞서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절약되는 재원을 청년일자리로 돌려 6700개의 신규 채용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된 가이드 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채용과 해고 등의 인사와 과련된 취업규칙은 보통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기업이 노력했다면 동의 없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기준을 명확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노동계는 "우리나라 기업의 90% 이상에 노조가 없고 사실상 취업규칙 변경에 노동자의 동의가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에서 열린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발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상균(왼쪽 다섯번째) 민주노총 위원장 및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 대표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원·하청 상생협력 방안…"공정위 일 그대로 옮겨놔"
 
원청과 하청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막기 위한 상생협력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면 출연금의 7%에 세액을 공제해주고, 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최대 1억원 한도의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 개선에 노력하는 부분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도 반영된다.
 
이와 함께 원·하청간 원활한 납품 대금 지급 등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불공정관행을 개선과 하도급대금 지급 관행도 점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개혁안에 담겼다.
 
하지만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자율적 상생협력 수준에 그쳤고,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협상 대등성 확보, 정부의 직권조정 권한 확대, 불공정한 하도급 대가지급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개혁안이 내놓은 대책들은 공정위가 하는 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비정규직과 취약근로자 보호,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들에 대해서도 "그동안 법이나 정부 지침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없고,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자칫 현안이 묻힐 수 있고, 정부의 4대 구조개혁의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쟁점들을 정리, 8~9월 중에 2차 추진방안까지 발표하고 연내에 구체적 방안까지 결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형성했다는 공감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번 개혁안은 상생이 아닌 노동자를 다 죽이는 대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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