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다른 거 맞아?…증시 급락에 투자자 초긴장
과열 우려에 자금유출까지 악재 몰려…버블 붕괴우려 커져
입력 : 2015-06-23 11:04:19 수정 : 2015-07-20 15:33:08
"이번에는 다르다." 금융시장에서 회자되는 가장 위험한 말이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거침없이 상승할 때 자주 언급됐던 문구였다. 그러나 최근 그러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거침없이 상승하며 5100선을 돌파했던 상하이 종합지수가 지난주 13.3% 밀리며 4478선까지 주저앉았다. 이 같은 하락폭은 7년 만에 최악이며 특히 지난 19일에는 주가가 6.4%나 밀리며 투자자를 패닉에 빠뜨렸다. 
 
해외 큰 손들도 중국에 묻었던 돈을 재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자금 동향을 발표하는 EPFR에 따르면 6월 첫주(4~10일)에 중국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7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신흥시장 유출액 93억달러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07년 중국 버블과 붕괴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07년 버블 붕괴 재현 우려
비관론자들이 중국 증시 상승을 버블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이터통신은 중국 우량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1년 만에 150% 이상 올랐지만 현기증을 느낄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CSI3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 10월에는 연간 상승률이 무려 4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07년과 2015년 상승을 이끈 주체와 테마가 같다는 점을 지목했다. 중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약 3분의 2에 달하며 현재 아기를 등에 업은 주부가 객장에 올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시진 핑 정부의 부패 척결 운동으로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진 당원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7년과 2015년 중국 주가 상승 배경에 정부 정책과 기업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10년 전 정부는 기업의 소유 구조를 바꾸고 최대 은행을 상장시키면서 주주 중심의 경제가 될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 올해 역시 시진핑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국영기업의 민영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7년과 2015년 차이를 굳이 찾는다면 2007년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였으나 올해에는 그 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고 신용 대출은 2조위안으로 이전보다 2배 이상 악화됐다는 점이다. 투자 매력의 척도인 주가수익비율(PER)의 경우 상하이 종합지수는 18배로 2007년에 비하면 절반이지만 GDP 성장률을 감안할 때 비슷한 수준이다. 선전 증시는 2007년보다 훨씬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정보 사이트 제로헤지는 "개선된 것보다 악화된 부분이 더 많은데도 중국 내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전혀 느끼지 있지 않다"며 우려했다.
 
주가 올랐는데 자본은 '엑소더스'
중국의 진짜 고민은 자본 이탈이다. 중국 증시는 1년간 2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본 순 유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상 기업과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주가가 오르면 해외 자본이 유입되기 마련인데 중국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감소(1100억달러)한 이유도 자본 유출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팔았기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증시가 올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중국 기업도 자금난에다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리 강 리우 ANZ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는 5.1~6%로 기준 금리를 훨씬 웃돌고 있는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은행 역시 성장 둔화와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부패 척결 운동도 자본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당국은 자본 유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것이 아니라며 일축하지만, 오히려 중국 기업과 관료들은 이를 이용해 돈을 밖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매체 봉황망은 "부패 척결 운동으로 돈을 축적하지 못하게 된 당원 간부나 기업인들이 가짜 수입 계약서를 만들어 자본을 유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다른 중국시장, 장기적으로 봐야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긍정론자들은 시장의 유동성은 신흥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은 중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이안 윌슨 EPFR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은 단기 조정 뒤에 자금이 또 모일 수 있는 시장"이라고 낙관했다. 자본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중국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규모로 순유출이 지속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시장을 확대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단기 투자자금 유출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팀 콘돈 ING파이낸셜마켓 아시아 리서치대표는 “중국은 거대한 제조업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제조업체들은 비용이 덜 드는 장소를 찾고 있고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자본 유출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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