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시작…주거래은행 한번에 바꾼다
자동이체 출금계좌, 페이인포 클릭 몇번으로 한꺼번에 변경
입력 : 2015-10-30 06:00:00 수정 : 2015-10-30 06:00:00
주거래 은행 계좌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려면 카드사나 보험사, 통신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해지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처럼 손쉽게 계좌를 바꿀 수 있어 은행권은 자동이체 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은 분당 금융결제원에서 계좌이동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자동이체 통합관리 홈페이지인 페이인포(www.payinfo.or.kr) 들어가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좌이동제는 신한은행·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모두 16개 은행이 참여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계좌이동제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와 함께 국민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은행 입장에선 기존고객 유지를 위해 더 신경써야 하는 부담이 생기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융결제원 분당센터에서 열린 금융소비자의 편의 및 선택권 제고를 위한
계좌이동서비스 시연회 및 은행권 협약식에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종복 SC은
행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김종화 금융
결제원장,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뒷줄 왼쪽
부터 송종욱 광주은행 부행장, 서현주 신한은행 부행장, 김병용 전북은행 부행장, 오평섭 국민은행 전무, 이
동대 제주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최민호 대구은행 부
행장, 문선철 경남은행 부행장.
 
자동이체의 유형은 '자동납부'와 '자동송금'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변경이 가능해진 이체 유형은 자동납부다.
 
자동납부는 요금청구기관이 물품·서비스 제공 계약에 따라 발생한 이용요금이 고객이 지정한 계좌에서 출금되는 것을 말한다. 가령 보험료나 휴대폰요금, 카드요금 등이 있다.
 
페이인포 사용법은 간단하다. www.payinfo.or.kr에 들어가 내 자동이체 등록 현황을 확인한 뒤, 원치 않는 거래 은행과의 거래를 해지하고 다른 은행을 선택하면 된다. 등록 현황과 해지, 타은행 등록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전까지는 등록현황과 해지 업무만 할 수 있었다.
 
모든 자동이체 거래를 하나의 은행과 할 필요는 없다.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학원, 신문사, 아파트 등에서 발생하는 요금을 A은행에 납부해 왔다면, 그 전부를 B은행으로 변경하거나 몇개만 고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신규 계좌 신청을 하면 5영업일 이내(신청일 제외)에 주거래 은행이 바뀌게 된다.
 
계좌 변경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조회는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며 회원가입 없이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을 낼 필요도 없다.
 
은행 각 지점과 인터넷사이트에서의 변경 서비스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된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고객은 이때 이후로 전국 은행지점에서 페이인포와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용돈이나 동창회비, 월세 같은 개인과 개인 간에 이뤄지는 자동송금은 내년 2월부터 페이인포 사이트나 전국 은행지점을 통해 변경할 수 있다.
 
아울러 몇 가지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페이인포 사이트에서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면 해당 은행의 계좌를 미리 개설해놔야 한다.
 
자동이체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계약이 된 요금청구업체는 전체 업체의 67%에 해당하는 52개사다. 요금청구업체 이용 건수가 가장 많은 보험 통신 카드 업종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 외 랜탈 관련 자동이체나 자잘한 신문대금, 우유대금 같은 자잘한 자동이체 변경 신청은 승인이 안 될 수도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요금청구업체가 5만2000개정도 되는데 그 중 대형이용기관 52개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내년 6월까지 계약 업체 수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12월 쯤 되면 전체 요금청구기관의 90%를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은행이나 요금청구기관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타행 계좌로 자동이체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요금청구기관이 학교 스쿨뱅킹이나 아파트관리비 등의 요금을 특정 은행에서만 받겠다고 미리 계약해 놓은 경우가 그렇다.
 
자동납부 해지를 신청할 때도 유의사항이 있다. 페이인포에서 실수로 자동납부 해지 신청 버튼을 클릭했을 경우, 당일(오후 5시 이전)에만 취소할 수 있다.
 
해지 신청 전에 요금청구기관과 물품·서비스 계약이 종료됐는지, 다른 자동납부 수단은 있는지 등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효한 자동납부를 해지하면 이용대금 미납 연체 등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연체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은행권은 분산된 자동이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성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각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800조원대에 이르는 계좌이체 시장을 놓고 은행들이 고객 모시기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천만건이며 금액은 799조8천억원에 이른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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