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Toward Zero' 안착 위해 협력업체 의지·열린마음 필요
입력 : 2015-12-03 12:00:00 수정 : 2015-12-03 12:00:00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효과는 분명히 나옵니다. 끝까지 해보세요."
 
신영락 에스틸 전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Toward Zero' 프로그램에 대해 "지금 당장 생산해야 할 물건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껄끄럽고 귀찮은 업무가 생겼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업무를 이어가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고 다른 아이템을 수주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에스틸의 경우 각종 공정에서 28개월간 불량률 제로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에 힘입어 연간 100억원 규모의 굴삭기 버켓(일반 굴삭 및 토사운반에 쓰이는 부분) 추가수주를 달성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1차 협력업체 에스틸 로비에 전시된 생산품 전시모형. 사진/최한영 기자
 
그러나 그 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협력업체 중 일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말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권성순 두산인프라코어 동반성장추진팀 부장은 "기업들이 지금껏 일해오던 방식을 과감히 바꿔감으로써 품질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미 잘하고 있는데 뭐하러 하냐'는 식으로 반문하다 보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성순 두산인프라코어 동반성장추진팀 부장.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부부가 경영하던 한 업체의 경우 바닥에 여러 공구가 흩어져있는 것을 보고 일단 치우자는 제안부터 했다. 이경수 동반성장추진팀 차장은 "일관성 없이 공구와 자재가 섞여있는 상황에서 일단 정리부터 하자는 제안에 '내가 찾아오지 못하는 물건이 있는지 보라'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며 "원래 작업자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경수 두산인프라코어 동반성장추진팀 차장.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이 과정에서 업무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신영락 전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이 우리를 도와주러 왔지만 어쨌거나 챙겨줘야 하고, 보여주지 말아야 할 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는 염려가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원청업체 직원들이 매일같이 출근해 이런저런 요청을 해오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는 2차 협력업체인 두리엔터프라이즈도 마찬가지였다는 후문이다. 신 전무는 "도리어 두리엔터에게는 내가 불편한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라며 "작업하다 말고 숨거나, 미팅을 해도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경우가 한동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쪽에서는 협력업체가 필요로 하는 점을 지속적으로 묻고, 경우에 따라 설비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접근했다. 필요한 경우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공장을 섭외해 작업장과 제품을 보여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업도 병행했다.
 
제일 어려운 작업은 따로 있었다. 공장 내 한구석에 방치된 기계장비(불용자산)을 처리하는 문제였다. 곽대윤 두산인프라코어 홍보팀 과장은 "구석에 방치된채로 있는 장비를 버리고 다른 공간을 만들자고 하면 '사업 시작할 때부터 같이한 물건을 버릴 수 없다'는 식의 답을 해오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사용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경수 차장은 "10년간 쓴 일이 없는 장비를 앞으로도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버리도록 하고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면 세부가이드를 해주는 식으로 접근했다"며 "이를 통해 확보된 공간에 작업구획이나 휴게실을 마련하는게 효율적이라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의 Toward Zero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될 수 있도록 매뉴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업체마다 다른 특성이 있기에 표준화된 매뉴얼을 제공할 수 없고, 업체 자체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영락 전무는 "필요한 활동을 매뉴얼화 해놨지만 작년 7월 이후 지금까지 10번의 개정과정을 거쳤다"며 "시대·법에 따라 상황이 변하기에 고쳐야 할 점은 내부 미팅을 통해 지속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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