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들러리 입찰업체, 설계보상비 반환해야" 첫 판결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기한 손배 소송서 원고 일부 승소
입력 : 2016-01-24 10:14:27 수정 : 2016-01-24 17:14:20
건설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낙찰받게 하기 위해 소위 '들러리'로 참가한 업체가 받은 설계보상비는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설계보상비는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에 발주자가 입찰 참여 시 사용한 설계비 중 일부를 보상해주는 것으로, 들러리 업체에게 지급받은 설계보상비 전액 상당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재판장 윤강열)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업체 A사와 B사를 상대로 설계보상비 3억2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입찰담합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공동행위"라며 "A사는 고의로 입찰담합한 것이 인정되고, B사는 A사가 입찰참가 자격이 없는 업체에 설계용역을 맡기는 것을 방치하는 등 들러 입찰을 쉽도록 방조했다"고 판결했다.
 
A사 등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아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것"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앞서 내려진 확정판결과 모순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확정판결은 A사가 들러리로 참여한 것을 숨긴 채 소송을 내 승소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A사 등의 들러리 참여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으로, 앞선 확정 판결 효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011년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공사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고, 입찰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 사전심사적격자 선정, 입찰참가, 기본설계적격자 선정, 낙찰자 결정 등의 단계로 진행됐다.
 
입찰에 참여한 C사는 다른 참여자가 없어 낙찰받지 못했고, 이에 그해 5월 A사에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A사는 B사와 함께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그해 9월 C사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돼 계약을 체결했다.
 
들러리로 참여한 A사는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라는 민사 소송을 냈고, 2013년 10월 승소 판결을 받아 3억2000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3월 A사와 C사가 들러리 입찰에 합의한 사실을 적발했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에 불복한 A사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A사 등을 상대로 앞서 지급한 설계보상비 3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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