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협은행, 미얀마 진출 속도조절
기업, 2년전 고배…자회사 진출로 가닥
농협, 정권교체 등 변수 많아 '관망'
입력 : 2016-02-14 10:00:00 수정 : 2016-02-14 10:00:00
2년 만에 미얀마가 외국계 은행에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국내은행들도 현지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인가를 받지 못한 기업은행과 최근 현지진출을 적극 모색했던 농협은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미얀마 현지 당국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의사표명서(EOI)를 마감시한인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현지 당국에 진출 의사표명서를 제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안마가 최근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은행업 허가 방침은 시중은행들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2010년까지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다. 경제개방을 시작한 2011년 경제성장률은 5.9%를 기록한 데 이어 2012년 7.3%,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8.5%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얀마 당국은 이번 인가에서 지난번 허가를 내준 호주,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진출을 불허키로 하면서 국내은행의 인가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2년 전 미얀마 은행업 진출에 시도를 했다가 고배를 마신 후 신중한 모습이다. 우선 은행업보다 자회사를 통한 현지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업까지 진출할 경우 자칫 자회사와의 중복투자가 우려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캐피탈은 현지에서 소액 여신기관인 MFI현지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자회사가 현지법인을 준비하고 있어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2년전 인가를 받은 외국계 은행이 많은 반면 아직은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만큼 은행 지점 설립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농협은행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지주사인 농협금융은 지난해 7월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을 면담하고 현지 진출을 협의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함께 새마을운동 전파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미얀마 시장에 진출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현지에 농협은행 지점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고, 정권이 안정될 때까지는 변수가 많아 진출 추진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춰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현지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미얀마의 경우 지난 2014년 이후 두번째로 해외 은행에 문호를 연 만큼 국내은행들은 이번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국가인 만큼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여 기업은행과 농협은행도 다른 방식으로 현지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당국은 다음달 신청서를 제출한 13곳 중 3~5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미얀마가 해외은행에 문호를 열면서 국내은행들이 잇따라 현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왼쪽)과 농협은행 본사. 사진/각사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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