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중소기업에 안 보낸다"
28년차 중소기업인이 바라본 중소기업 현실
입력 : 2016-02-26 06:00:00 수정 : 2016-02-26 06:00:00
고상인 현대페인트 대표가 중소기업에 몸담은 지는 28년째다. 현대페인트에 입사할 1989년 당시 대기업을 뿌리치고 중소기업을 택한 고 대표는 취업을 앞둔 아들에게 '대기업에 가라'고 권유한다. 중소기업인도 외면한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고상인 대표. 사진/현대페인트
 
고 대표는 "입사할 당시 대기업 1곳과 중소기업 2곳을 합격한 상태에서 중소기업에 속한 현대페인트를 택했다"면서 "그때는 선택기준 연봉 등이 아니었다. 현대페인트의 사내 분위기를 보고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인생을 살면서 직장을 잃는다는 충격에서 피하려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대표는 "IMF이후 중소기업이 망하는 사례를 수없이 봤다"며 "대기업은 대마불사라고 해서 망하지 않을 뿐더라 망해도 인수 등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현대페인트 본사가 위치한 부평 4공단은 1998년 전까지만 해도 120개에 달했던 제조업 사업체는 현재 6개만이 남아있다. 부평 5,6공단은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업들이 꽉 들어찼던 5,6공단 역시 지금은 텅 비어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2012년부터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소멸된 중소기업(근로자수 300명 미만)에 종사한 근로자는 평균 연 90만명이다. 매년 90만명이 직장을 잃었다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상인 대표는 "1989년 당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대기업 임금이 올라가면 나비효과로 중소기업 임금도 같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4년이전까지는 대기업 임금투쟁이 연관된 산업의 임금인상까지 이끌어냈다"면서 "하지만 이후에는 하청업체로 묶여지면서 대기업이 10% 올라가면 오히려 3% 떨어지게 됐고, 이 같은 상황은 2000년대 들어오면서 극명해졌다"고 꼬집었다.
 
고 대표가 느꼈던 현실은 수치로 증명돼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986년 대기업 월급은 중소기업의 111.1%였으나 1987~1991년 평균 131.9%, 1992~1997년 평균 139%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2000년을 넘어서면서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거의 절반을 더 받는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6278만원으로 중소기업 정규직(3323만원)의 두 배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상인 대표는 "과거와 지금의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며 "내 아들, 딸은 나처럼 고생시키기 싫다. 그래서 대기업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28년간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그의 고백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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