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압력받는 안철수 "연대 요구 이해 안돼"
당대당 야권연대 불가 입장 재확인…"노원병 단일화도 안한다"
당내 후보들은 단일화 시도…비판 빗발치며 입지 급속 축소
입력 : 2016-03-29 17:11:57 수정 : 2016-03-29 18:11:23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당 내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본인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황창화 후보도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들 사이의 단일화가 성사되는 곳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국민의당 소속다른 후보들의 지역별 야권연대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 춘천에 출마한 더민주 허영 후보는 29일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해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양당 후보 간 단일화에 성공했다. 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앞서 부산 사하갑과 경기 수원병에서도 양당 후보 중 더민주 후보로 단일화가 마무리됐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하는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가 더민주 이지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경기 안산단원을에서는 부좌현 후보가 더민주 손창완, 정의당 이재용 후보에게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전 대덕에서 더민주 박영순 후보와 국민의당 김창수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병에서 추진되던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의 단일화는 국민의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지만 재논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단일화에 가장 소극적인 안 대표를 비판하는 당 밖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며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다시민주주의 포럼' 소속의 재야 원로들은 전날 안 대표가 야권연대에 응하지 않으면 서울 노원병에서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더민주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 반대로 인해 지역별로 후보자 간 연대가 무산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안 대표는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 내 전방위적 압박으로 안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여전히 당대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당대당 연대는 분명히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국민의당 지지층은 거대 양당에 반발하는 사람들”이라며 “야권연대를 해도 더민주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더민주의 연대 요구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연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가. 김 대표와 더민주 내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후보자 간 단일화를 막는 것은 힘들다”며 다소 전향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신은 서울 노원병 선거를 야권연대 없이 정면돌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의 한 후보는 이날 “안 대표가 (본인 지역구에) 연대 없이 선거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우리 당의 후보들이 눈치 없이 단일화에 나설 수 있겠느냐”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야권연대가 이뤄져 수도권 지역의 국민의당 후보가 대거 탈락할 경우 국민의당 정당득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정당득표율의 하락은 곧 비례대표 의석수의 감소를 뜻하므로, 안 대표 입장에서는 쉽사리 야권연대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노원병의 선거 판세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가 안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민주 황창화 후보의 선전도 위협적이다. 황 후보는 스스로를 ‘친노 운동권'이라고 지칭하며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선거 완주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정의당의 주희준 후보도 표를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안 대표는 당의 요청에 따라 수도권 지원유세에도 나서면서 본인의 선거 운동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 
 
안 대표에게 노원병 선거 승리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다. 당의 총선 성적 못지않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총선 후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역구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은퇴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하루를 한달처럼 쓰면서 지역구 선거 운동과 수도권 후보 지원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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