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더불어민주당, 긍정적이고 단순해져라
입력 : 2016-04-03 15:12:38 수정 : 2016-04-03 15:12:42
20대 총선 선거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상당수 유권자들을 표심을 정했을 것이다. 오는 8일부터 사전투표가 실시되고, 그 주말을 지나고 다음 주 수요일이 투표날이다.
 
중간 점검을 해보면, 일이 생각대로 풀리는 것은 새누리당 쪽이다. 텃밭인 TK에서 친박 대 비박의 싸움이 치열하고 영남권에서 국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큰 그림을 보자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심판론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총선에 임하는 야당의 가장 큰 무기는 '정권 심판론'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의 가장 큰 상징은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심판론의 욕구가 비주류 수장이었던 박근혜 의원에 의해 상당 부분 해소되던 것과 닮은 꼴이다. 실제로 대중이 보기에 정권 주류가 가장 강하게 탄압한 것처럼 보인 것은 야당이 아니라 유승민 의원이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친여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된 이후 여당 복귀를 공언하고 있다. 복당이 쉽지 않을 순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야당과는 별 관련이 없을 인사들이다.
 
경제나 남북관계 등 외교 역시 심판받아 마땅할 수준의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파고드는 야당의 공세는 날카롭지 않다. 김종인 대표가 얼굴로 섰지만, 아직까지 더불어민주당은 큰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곳곳에서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 큰 대회전이 펼쳐진다면 전국적 이슈가 생기고 청와대가 곤혹스럽게 되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야당이 가장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전선은 단일화 문제다. 더민주와 그 지지자들은 여당보다 오히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 쪽에 힘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싸움을 투표날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효과가 있을까?
 
새누리당의 유리한 상황을 뒤집어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불리한 면이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관점에서 보자면 전선이 너무 다층적이다. 대여 전선, 대국민의당 전선, 그리고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도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실질적 양자구도로 이끌어가면 국민의당을 싸움에서 소외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의당과라도 우호적 관계를 조기에 정립했어야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과 싸움에 너무 발을 깊이 담갔다.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우리가 일꾼이니까 찍어달라"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제일 큰 메시지다. 그 밑에 "우리가 부족한 건 알지만 그래도 야당보다는 낫다"는 주장을 깔고 있다.
 
더민주는 애초 "경제실정을 심판해야 한다. 실은 우리가 더 능력을 갖춘 정당이다"는 메시지 아래 "사람도 많이 바꿨다. 수권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깔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박근혜 정권 심판해야 한다"는 건 유지가 되지만, 그것이 '수권 능력'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안 찍어주면 큰 위기가 닥친다. 새누리당이 또 싹쓸이 한다. 그러니 국민의당은 여당을 도와주는 세력이다"는 공포로 뒷받침되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을 연호하기도 했다가 당 대표가 "문재인이 나서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긍정적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단순하지 못하고 복잡하다.
 
오히려 국민의당이 단순하다. 초지일관 "우리를 찍으면 정치가 바뀝니다"와 '안철수'라는 간판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은 중반전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특히 수도권 여론조사에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두텁다. 잘하면 이기고 못하면 지는 게 선거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누구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민심을 선도하진 못하더라도 있는 민심을 반영하고 드러내는 건 정치인들의 책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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