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도 '직장내 괴롭힘'서 보호해야…대법, 첫 판결
대법원, 캐디 사망사건 판결…"사업주, 유족에게 1억7천만원 배상"
'직장내 괴롭힘' 예방의무 안한 사업주의 민사상 불법행위 첫 인정
입력 : 2024-05-26 14:17:14 수정 : 2024-05-26 14:36:4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관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2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캐디 배모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건국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더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앞서 지난 2020년 9월 배씨는 건국대가 경기도 파주에서 운영하는 KU 골프장의 캐디로 일하던 중 총책임자인 캡틴 A씨에게 1년 가까이 폭언과 모욕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족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고양지청은 '행위 자체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배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유족은 건국대 학교법인과 골프장 관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학교법인이 유족에게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도 사업주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이어 양측 항소로 열린 재판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업주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었던 배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 제공을 받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일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건국대 학교법인은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사망한 캐디 배씨의 유족을 법률 대리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해당 판결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님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 5조(사업주 등의 의무)를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습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해 전체 특수고용노동자, 배달노동자의 사업주에게 일반적인 보호의무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주에게 종속돼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배달노동자는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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