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론직설)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입력 : 2016-04-10 14:19:06 수정 : 2016-04-10 14:19:21
4·13 총선이 이틀 남았다. 일찍 표심을 결정한 유권자들은 사전투표를 했다. 그동안 많았던 부동층도 줄어들고 있다. 여야 모두 지지층 재결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갈등에 실망해 이탈한 전통 지지층의 복귀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 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을 부각시킨다. 분열된 야권도 이탈층과 중도층을 대상으로 득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과 수권 정당론으로 야권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존 양당 정치에 실망한 중도층을 대상으로 양당 심판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총선 결과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과반, 더불어민주당은 107석, 국민의당은 20석이 최저 목표다. 정당의 총선 승패는 유권자들과 직접 관계없다. 국민은 도리를 다했다. 공은 정치권에 넘어간다. 문제는 총선 이후이다. 걱정이 앞선다.
 
첫째, 20대 국회는 19대 국회 보다 나아질까?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안 발의와 통과율, 회의 참석율, 국정감사 등 어느 것 하나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그래서 현역의원 교체 비율이 비등했다. 하지만 상당수 현역의원들이 공천 받고 그대로 복귀한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무너진다. 과거 보다 더 악화된 20대 국회가 될 수 있다. 제3당으로 등장한 국민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당간 갈등을 해소할 윤활유 역할을 할지, 아니면 양당 간의 경쟁에 뛰어들지는 지켜볼 일이다. 전자의 경우 협상과 타협의 정치 효과를 내겠지만, 후자의 경우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총선 직후 여야는 당내 체제 정비에 나선다. 20대 국회 원 구성과 전당대회를 치른다. 원내 대표와 국회 지도부 구성을 두고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핵심은 전당대회이다.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간 대결은 사생결단이 될 것이다. 당권을 잡는 쪽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진영이 다시 재격돌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문과 비문간 갈등이 명약관화하다. 당내 계파 싸움으로 국민과 민생은 온데 간데 없어진다. 경제와 안보가 위기라는 말은 허언에 그치고 만다. 이미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권력의 민낯과 야욕을 드러낸 바 있다.
 
마지막으로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본격적인 행보를 할 것이다. 이들의 판단의 기준은 명확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우선 당내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당내 의원들 줄 세우기가 시작된다. 국회의원들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여당 내 당청 갈등은 점증할 것이다. 총선이 지나면 박 대통령 눈치를 볼 일이 없다. 공천은 차기에 결정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2년도 남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진행된다. 야당 내 대권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야권 전체의 재편도 일어날 수 있다. 노선과 비전을 두고 진영간 첨예한 대결이 벌어질 것이다. 내년 대선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을지 걱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무릎 꿇고 사과했다. 회초리까지 때려달라고 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민들은 순수하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찍었다. 마지막 한줌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난다.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나? 정치가 국민에게 부담이요 걱정거리가 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국 국민이 나서야 한다. 좋은 정치의 혜택도 국민이 누리고, 나쁜 정치의 폐해도 국민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장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수준에 걸맞은 정치를 가진다’는 경구를 다시 한번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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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