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르네상스의 이면)③"일자리 확보? 협력업체는 도산위기"
대부분 파견직원 "인건비 감내 어려워"…신규 면세점 인테리어 공사비도 부담
입력 : 2016-07-11 06:00:00 수정 : 2016-07-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면세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높은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각 면세점의 판매직원들은 대부분 면세점 직원이 아닌 해당 브랜드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고용주가 입점 브랜드 본사 혹은 한국지사이기 때문에 인건비 역시 이들이 부담한다.
 
면세점의 직접 고용인원은 소수의 관리인원에 뿐이다. 실제 지난달 말 폐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경우 총 1300여명의 직원 중 롯데면세점 본사 직원은 150여명에 불과했다.
 
겉보기엔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증가함에 따라 외부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 입점 브랜드들의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협력업체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최근 신규 오픈한 면세점의 경우 당초 목표와 달리 연일 저조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업계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하소연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오픈한 신규 면세점은 하루 매출이 5억원대를 넘기지 못하는 등 당초 목표치보다 크게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오픈한 신규 면세점의 잡화매장의 경우 지난 5월 새롭게 투입한 판매직원이 입사 후 한달이 지난 6월 중순에서야 제품의 첫 판매를 개시할 정도로 신규 면세점의 매출은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이대로 가면 1년도 못 버틴다"고 하소연이다. 현재 운영 중인 신규 면세점도 실적이 저조한데, 면세점이 더 들어선다면 협력업체들의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 뻔하다는 우려다.
 
국내 주요 면세점에 잡화브랜드를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브랜드 파워가 큰 일부 해외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매장 인테리어 등 공사비와 판매직원의 인건비 등을 협력업체가 직접 부담한다"며 "공사비는 초기 투자비용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인건비의 경우 면세점이 요구하는 인원을 투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원가 등을 제하면 실제 수익은 매우 적은데 여기에 인건비를 더 빼야 하니 적자 규모만 점점 불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해외브랜드의 한국지사 같은 글로벌 기업 정도만 1년 정도 간신히 버틸 수 있고, 국내 중소기업은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면세점 측의 서비스방침에 따라 협력업체에 하달하는 직원 근무 지침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그는 "면세점 측은 매장직원이 자리를 비우지 않게끔 항시 상주시켜 고객이 방문할 때 바로 응대할 수 있도록 유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따르려면 가장 작은 매장이라도 최소 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매출이 저조한 신규 면세점에서는 매장 유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협력업체들은 판매직원들이 2~3개의 매장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도록 근무지치을 유연하게 바꾼다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면세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연일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곧바로 매장을 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테리어 공사에 투자한 비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매장 콘셉트와 가구 등이 표준화돼있어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평당 1000만원을 넘게 썼다"며 "초기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라 방을 쉽게 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이 증가함에 따라 협력업체의 인건비와 인테리어 공사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의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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