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둔감하던 LG를 '변화'로
시그니처 통해 가전명가 재확인…G5 부진은 아쉬움
입력 : 2016-07-13 16:09:48 수정 : 2016-07-13 16:23:03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LG가 달라졌다. '시장 선도'를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지론이 변화에 둔감하던 LG를 잠깨웠다는 평가다. 특히 전장부품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은 사업 구조의 고도화 및 사업 방식의 혁신을 주문한 구 회장의 언급에 부응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기대작 G5가 부진했지만, 경쟁사들이 일찍이 하지 못했던 시도를 통해 LG의 가능성은 보여줬다.
 
구 회장은 연초부터 줄곧 ‘변화’를 강조했다. 여느 기업 총수들도 으레 쓰는 말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집념과 열정으로 마지막 1%까지 철저한 실행”을 강조했고, 계열사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반년 동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과감한 투자로 새 사업 영역에도 발을 들였다. 
 
구체적으로 “기술과 상품, 그리고 가격의 차별화를 가능케 하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모듈 생태계를 도입한 'G5'와 프리미엄을 넘어선 명품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론칭 등으로 화답했다. OLED를 향한 열정도 더욱 뜨거워졌다.
 
결과로만 따지면 절반의 성공으로 보여진다. G5의 부진이 뼈아프다. 창의적인 모듈 도입은 혁신이 실종한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게 했다. 경쟁사들도 모듈 도입에 뛰어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초기 G5를 향한 찬사는 시장의 실질적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 초기 수율 확보가 지연됐던 것이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새 하드웨어 적용에 따른 원가 상승과 모듈 파생상품에 대한 마케팅 비용 부담도 컸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2분기에도 모바일 부문 영업적자를 이어가야만 했다. 이례적인 조직개편의 질책도 뒤따랐다. 
 
반면 LG 시그니처는 LG전자를 가전의 명가임을 확인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현장 출신의 걸출한 리더 조성진 사장의 능력도 재확인했다. 또 세계 최초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통돌이 미니 세탁기를 결합한 ‘트롬 트윈워시 세탁기’ 등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바탕으로 TV·가전은 모바일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전체 실적을 이끌 수 있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끈질기게 추진한  OLED도 가시적 성과를 봤다.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장부품 사업도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폭스바겐과 커넥티드카 관련 플랫폼 공동 구축에 협력키로 하는 등 글로벌 제휴를 강화했다. 오는 4분기부터는 GM의 순수 전기차 볼트가 양산돼 관련 부품 공급 매출이 본격화된다. 특히 LG화학이 오랜 기간 매달려 온 전기차배터리 기술력이 빛을 볼 단계에 이르렀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난징에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전문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을 5152억원에 인수해 농화학 사업에 진출했다. 농화학은 바스프, 다우 등이 과점한 상황으로, 경기에 구애받지 않고 수익성이 유지되는 안정성이 돋보인다. LG화학은 IT소재, 배터리에 이어 정밀화학에 진입하며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향후 기존 석유화학 분야의 유기합성 기술과 접목해 장기적으로 생명공학 분야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LG CNS는 새만금에 스마트팜을 구축해 LG화학, LG전자 등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2년까지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38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을 건설한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 햇볕량 등을 조절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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