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통상)브렉시트·트럼프 리스크…세계는 보호무역주의가 장악
거세지는 '반세계화'…수출중심국 '발등의 불'
입력 : 2016-11-16 14:04:10 수정 : 2016-11-16 14:04:10
[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브렉시트(Brexit)가 실현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 대선 결과가 또 다시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 대선의 이변은 세계 경제에 어쩌면 브렉시트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가 미국에 브렉시트를 안겼고, 트럼프의 승리는 자유주의적 국제사회 질서에 중대한 타격"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체제의 실패…세계화 거부로 이어져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세계 각국은 무역장벽을 허물었다. 자유무역협정이 곳곳에서 맺어졌고, 세계 경제가 하나로 움직이는 듯 했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세계 질서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장벽을 허문 결과는 시간이 갈수록 만족스럽지 못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무기력한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감은 선진국들을 반세계화의 흐름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LG 경제연구원은 '반세계화 시대의 세계화'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반세계화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그간 세계화를 이끌어왔던 선진국에서 구조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추세에 있고,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자들에게서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브렉시트가 가결 되면서 '설마'했던 반세계화 움직임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강력한 확신이 됐다. 
 
트럼프의 슬로건은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 이었다. 미국 경제의 이득을 가장 우선시하고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막말과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힘든 경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자국 이익 챙기기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통했던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저가 수입품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훔쳐갔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는 것에 국민들이 공감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실패한 협정이라고 비판했고,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세계무역기구(WTO)가 문제삼을 경우 WTO 탈퇴도 불사할 것이라고 큰 소리 쳤다.
 
앞으로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동맹국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 방향도 일방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공약이었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NAFTA 필두로 동맹국들과 관계는 강제로 재조정 될 전망이다. 세계최대경제권을 목표로 했던 TPP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처리하지 못해 사실상 무산된 것과 다름 없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전망…수출 중심 한국에겐 '발등의 불'
 
반세계화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통상환경은 지금과 확연히 달라져 마찰이 빈번해지고, 환율변동성도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당장 수출 정책이 경제의 핵심인 나라들에게는 반세계화가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가올 수출 감소 폭풍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수출 손실액이 최대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차기 정부가 한미FTA 전면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될 경우 파급효과가 큰 8개 산업에서 최대 5년동안 총 수출이 269억달러 줄고 일자리 24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됐다.
 
한국 자동차 수출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보호에 초점을 맞출 경우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도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에서 "대선 이후 미국과의 통상환경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개별적인 통상 현안별로 미국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조치와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점점 쪼그라드는 수출이 어디까지 나빠질까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한국 무역규모는 지난 2011년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선 이후 2014년까지 4년 연속 1조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9600억달러로 떨어진 무역규모는 올해 9000억달러 달성도 어려울 수 있을만큼 힘든 상황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무역 규모, 전세계의 무역 규모가 줄어들겠지만 한국의 대응책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의 액션에 획기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미국이 액션을 취하고 주도권을 잡으면 한국이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반세계화 정치 변화. 자료/LG경제연구원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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