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패션의 시대)①패션은 쓰레기유발자?…'재활용'을 입는다
폐플라스틱은 '운동화'로 이불은 '다운재킷'으로 재탄생
입력 : 2016-12-22 08:00:00 수정 : 2016-12-22 08:00:00
'쓰레기 유발자'는 패션업계의 오랜 오명이다. 2000년대 이후 싼 값의 의류를 수시로 선보이는 SPA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한 철 입고 버리는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비판은 더욱 커졌다. 질 좋은 가죽과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값 싼 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한다는 지적 역시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패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양폐기물로 만든 옷이 인기를 끌고 페이크퍼가 모피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하던 창고 속 재고 의류는 소각 대신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패션,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패션 등을 통해 패션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현대 사회의 미덕은 소비다. 그리고 소비는 늘 쓰레기를 낳는다. 패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파 '패스트패션'의 시대가 열리며 패션업계는 쓰레기를 대량생산하는 주범이 됐다. 
 
SPA 브랜드의 등장으로 옷이 쓰레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아졌다. 2주에 한 번씩 나오는 신제품은 트렌디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지갑을 열게 한다. 수시로 진행되는 세일은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최면을 거는 듯하다. 과거 한번 사면 계절이 반복될 때마다 입었던 옷들이 이제는 한 철, 나아가 한두 번 입고 버리는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하루 평균 161.5톤이던 국내 의류폐기물은 2014년 213.9톤으로 32.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간 기준 의류폐기물의 양은 5만4677톤에서 7만4361톤으로 늘었다. 평균 100g 안팎인 티셔츠 무게로 환산하면 연간 7억4000만벌 이상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 백화점의 세일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이렇게 대량생산되고 대량소비되는 옷은 쓰레기로 이어지며 매년 7민4000톤 이상의 의류폐기물이 발생한다. (사진=뉴시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상당하다. 의류에 자주 사용되는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에 매년 약 110억리터의 원유가 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가 자연 분해되는 데에는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소재로 만드는 면도 착한 직물은 아니다. 면을 만드는데 필요한 목화는 '죽음의 꽃'으로 불린다. 병충해에 약한 작물로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2만명이 목화 재배 과정에서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다. 
 
쓰레기만나 환경만이 문제가 아니다. 저렴한 옷에는 그보다 더 싼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는 아동노동, 강제노동이라는 문제로 연결된다. 
 
최근 스웨덴 SPA 브랜드 H&M이 수년간 미얀마 제조공장에서 14세 전후의 청소년들을 고용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고발한 '패션의 노예들'이라는 책이 출간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아이들이 12시간을 쉬지도 않고 일하고 받는 일당은 겨우 3달러에 불과하다. 
 
비영리기구 노더체인이 최근 공개한 세계 패션업계의 강제노동 예방노력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프라다, 패스트리테일링, 케링그룹 등이 낙제점을 받았다. 100점 만점에 이들의 점수는 각각 9점, 38점, 27점에 불과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모회사고 케링그룹은 구찌,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공룡이다. 
 
이같은 패션산업의 민낯에 대한 비판과 고발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착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와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는 착한 패션, 그 중에서도 재활용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디스는 몰디브 해안에서 건져낸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러닝화와 축구 유니폼을 선보였다.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과 함께 해양 오염 종식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소재로 업사이클링한 최초의 대량생산 제품이다. 
 
러닝화의 경우 갑피와 신발끈, 발목을 감싸는 부분 등이 모두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7000족, 국내에서는 100족이 한정판매됐는데 국내에서는 출시 당일 90% 이상이 팔렸다. 최종 완판까지 걸린 기간은 닷새에 불과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내년에는 업사이클된 플라스틱으로 100만족의 신발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의류 및 신발을 제작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에서 추출하여 만든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에서 최근 선보인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러닝화. (사진제공=아디다스)
 
겨울 대표 방한의류인 다운재킷에도 재활용 바람이 불었다. 미국의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는 쿠션, 베개, 이불 등에서 수거한 거위와 오리털로 만든 100% 재활용 다운재킷을 선보였다. 블랙야크가 지난해 인수한 나우가 올해 선보인 다운재킷도 침구에서 모운 재생가능한 털들을 이용했다. 
 
다운재킷은 그 동안 모피와 함께 동물 학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다운재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25마리 거위의 털이 필요한데 이를 얻는 방법이 비윤리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산채로 거위나 오리의 털을 뽑거나 푸아그라용으로 강제로 사료를 먹여 키운 거위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몇 년 전부터 업계 차원의 정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패션 쓰레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SPA 브랜드들도 재활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유니클로는 전매장을 통해 입지 않는 자사 제품을 기부 받아 난민 등 전 세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업용 섬유와 에너지로 재활용하기 위해 옷을 수거했지만 입을 수 있는 옷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H&M은 전 세계 매장을 통해 브랜드에 상관없이 입지 않는 의류를 수거해 재판매하거나 이를 활용한 재활용 섬유로 만든 의류 등을 선보이고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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