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의 관문, 베트남을 가다)삼성, 베트남 점령…"삼성 투자가 곧 베트남 성장사"
박닌·타이응웬에 세계 최대 휴대폰 공장 설립…베트남 연수출 20% 기여
가장 번영하는 기업에 '삼성전자'…스마트폰은 오포, TV는 소니가 경쟁사
입력 : 2018-05-09 06:00:00 수정 : 2018-05-09 06:00:00
[하노이(베트남)=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베트남 정부는 한국이 아닌 삼성과 MOU를 맺었다."
 
베트남에서의 삼성전자 위상을 묻는 질문에 현지 사업가가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호치민 공대, 하노이 공대 등 명문 대학보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최근 10년간의 베트남 경제 성장을 삼성전자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현지인들의 극찬까지 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하노이 북쪽 박닌성에 휴대폰·부품, 태블릿 공장을 설립했다. 이듬해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2013년에는 타이응웬에도 휴대폰·부품, 태블릿 생산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삼성전자를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를 비롯한 300~400개의 협력사도 함께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휴대폰은 세계 최대 규모다. 대형 산업단지에 걸맞게 고용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박닌 공장에 4만명, 타이응웬 공장에 6만500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남부 호치민시에는 사이공하이테크파크 내 삼성전자의 TV·가전 공장이 있다. 1995년 베트남 내수용으로 지은 TV 공장을 확장하면서 가전 생산라인도 더해 복합단지를 구축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짓기 전까지 이곳에서 생산된 세탁기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삼성전자는 박닌, 타이응웬, 호치민 공장에 지금까지 85억달러를 투자했다.
 
베트남 삼성전자 박닌성 공장 휴대폰 생산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세 공장 수출 합계는 428억달러. 베트남 전체 수출(2140억달러)의 20%에 달한다. 베트남의 수출 품목 중에서도 휴대폰·부품은 2014년 이후 줄곧 수위를 지키고 있다. 수출 증가율도 30% 안팎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제 기여도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좋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베트남리포트가 발표한 '2017 번영하는 베트남 기업 TOP 500'에서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 석유가스그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상위 10대 기업에 선정된 외자기업은 삼성과 혼다 뿐이었다. 외자기업이 현지 최대기업으로 뽑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앞서 2016년에는 스웨덴 브랜드 컨설팅 업체 유니버섬이 베트남 30개 대학 2만1062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결과 베트남 삼성전자가 공과계열 학생들이 꼽은 1위에 올랐다.
 
이는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휴대폰 전문판매점 Thegioididong의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52.5%(2017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했다. 전체 모델 중에서는 10만~20만원대의 갤럭시J 시리즈가 가장 인기있지만 갤럭시S9 등 프리미엄 모델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플래그십 모델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낮지만 500달러 이상 세그먼트 내에서의 성장률은 가파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이상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TV 역시 42%의 점유율(Gfk 기준)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냉장고는 파나소닉(21%)에 이어 2위(15%)다.
 
호치민의 대형 전자매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의 갤럭시 전시 매대가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김진양기자
 
호치민과 하노이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인됐다. 스마트폰 매장에 들어서니 갤럭시S9 전시 매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시 규모도 가장 컸다. TV 역시 매장 입구나 중심 등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배치돼 있었고 냉장고, 세탁기도 비슷했다. 매장 직원들은 "삼성의 가전 제품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 중 하나"라며 "한국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소비성향이 확인되면서 경쟁사들의 공세도 거세졌다. 스마트폰의 경우 안방인 중국에서 활동범위를 넓힌 오포가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오포는 베트남의 지드래곤으로 불리는 선뚱 엠티피를 모델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갤럭시 바로 옆 매대에 자리해 정면승부를 펼친다. 애플은 점유율(6.1%)로 봐서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과시 욕구가 강한 부유층은 가격에 상관없이 아이폰을 선호한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의 높은 가격 탓에 구형 모델이나 중고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아이폰X 출시 이후에는 아이폰6S의 출고가가 크게 인하되며 대학생 등 젊은층 사이에서 구매 열풍이 불기도 했다. 류길상 삼성전자 베트남 부장은 "돈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폰을 구매하려 한다"며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갖고 있는 것이 삼성의 장점이자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TV에서는 전통적 명가 소니가 가장 큰 경쟁사다. 베트남 사람들의 뇌리에 "TV는 소니"란 명제가 오랜 기간 각인된 탓에 삼성이 시장 1위에 오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소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침체기에 빠졌을 때도 베트남에서는 견조한 판매를 이어갈 정도. 최근에는 '브라비아'란 브랜드의 OLED TV를 출시해 명성 회복을 노리는 만큼 경쟁 구도는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노이·호치민=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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