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일자리, 아랫돌 빼 윗돌 괴기)③아버지 내보내고 아들 채용?…일자리 창출효과 '미미'
5대 은행 임직원 감소세 계속…'항아리형' 인력구조도 여전
입력 : 2018-05-29 08:00:00 수정 : 2018-05-29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의 희망퇴직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 동안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임직원수를 줄였지만, 정작 신규 채용 규모는 퇴직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희망퇴직 대상자도 일반 행원으로 확대하면서 중간 간부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총임직원 수는 7만19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6.30%(4841명) 줄어든 규모다. 1년새 5000명에 달하는 은행원이 짐을 싸고 나간 것이다.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4년 말(8만769명)까지 소폭의 등락을 보이다 2015년 7만8847명, 2016년 7만6809명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이런 감소세는 시중은행이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2~3년간 희망퇴직을 상시적으로 단행한 게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희망퇴직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총임직원 수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2015년의 경우 희망퇴직으로 2700여명이 나갔지만 신규 채용 규모는 1900여명에 그쳤다. 이들 은행의 신규 채용규모는 2016년 1000여명으로 대폭 줄었다가, 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 정책의 영향으로 1940명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 5000명의 은행원이 나가고, 이 가운데 3500여명이 희망퇴직(2017년~2018년초)을 신청한 점을 감안하면 퇴직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을 통해 2015년 1121명, 2016년 2795명을 내보냈지만 신규 채용은 각각 420명, 240명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1011명이 나간 우리은행 또한 작년 한해 동안 595명(특성화고 포함)을 채용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희망퇴직 조건이 확대되면서 은행권 퇴직 직원 중 책임자급보다 행원급 비율이 높은 곳도 나타났다. 앞서 국민은행은 2016년 전 직급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으며,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으로 올해부터 직급에 상관없이 근속연수 15년 이상, 만 4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농협은행도 작년 말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을 희망퇴직 대상자로 정하기도 했다.
 
이 결과 일반직원 가운데 책임자급 보다 행원급 비율이 더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의 일반직원 중 책임자급 비율은 지난해 54.2%로 전년보다 0.6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행원급 비율은 45.77%로 0.6%포인트 가량 줄었다.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책임자보다 행원이 더 많이 나간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책임자급 인력은 56.6%에서 57.8%로 1.2%포인트 증가했으며 신한은행은 54.3%에서 1.1%포인트 하락한 55.4%로 나왔다. 
 
5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책임자급의 비중이 행원비중보다 낮았던 KEB하나은행의 경우, 2016년도 45%였던 책임자 비중이 46%로 1%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책임자급 비중은 각각 54.3%, 56.3%로 전년보다 0.6%포인트, 0.5%포인트 증가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나 비대면을 통한 금융서비스 활성화가 점포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은행 내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젊은 직원의 경우 오히려 희망퇴직을 전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신청하는 경향이 있어, 대규모 희망퇴직에도 불구하고 항아리형 구조는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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