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일자리, 아랫돌 빼 윗돌 괴기)④"성과연봉제 갈등 재연 가능성"…노사 모두 난색
사측 "희망퇴직 확대 비용 부담"…노조 "구조조정 수단될까 우려"
입력 : 2018-05-29 08:00:00 수정 : 2018-05-29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정부가 은행권 신규채용 확대를 위해 희망퇴직 확대를 권고했지만 은행권 노사는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희망퇴직금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노조는 희망퇴직이 자칫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금융권 한쪽에서는 당국이 노사 합의에 이르지 않은 희망퇴직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박근혜정부 때의 성과연봉제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희망퇴직 확대 권고가 그동안 인력구조 개선을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던 은행들의 고민을 덜어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소 다른 분위기다.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할 경우 당장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는 데다 비용 부담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도입으로 예정돼 있었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올해로 앞당겨질 수도 있어 인력 수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희망퇴직 확대를 권고한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차장 또는 부장 등 책임자급 직원들의 수가 행원급 직원보다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권 인력구조가 책임자급 직원보다 행원급 직원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으나 외환위기로 신규 채용규모가 눈에 띄게 줄면서 항아리형으로 바뀐 뒤 지금까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퇴직 규모를 늘릴 경우 늘어나는 비용이 부담이다. 은행들은 통상 희망퇴직자에게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 월급의 26~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1명당 평균 3억원 안팎의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국민은행의 경우 2800명에게 8200여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우리은행 역시 작년 희망퇴직한 1000명에게 약 3000억원을 지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채용 확대와 은행 인력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은행권 실적이 좋아 희망퇴직 규모를 늘려도 충분히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퇴직 규모를 늘리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전략 등을 바탕으로 인력을 조절하고 희망퇴직도 실시하는 것인데 금융당국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받겠다고 희망퇴직 규모를 늘릴 은행이 어디 있겠나"라며 "청년취업난도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평균수명 증가로 중장년층의 노동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데 적절한 대책을 찾기보다 희망퇴직 규모 늘리라는 것은 무조건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의 희망퇴직 확대 권고가 구조조정 수단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희망퇴직 자체가 구조조정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은행 사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상황에 맞게 희망퇴직을 해야지 강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신규인력 채용확대 의무화와 현행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춰 상향 조정할 것을 올해 산별중앙교섭 안건으로 내놓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희망퇴직 확대가 또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금융공공기관을 비롯한 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해 노사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지속되자 사측은 협상채널에 나오지 않고 개별적으로 직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과시켰었다. 희망퇴직 역시 노사 협의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퇴직 규모 등을 두고 노사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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